원유·금·구리·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면서 원자재 관련 펀드 등 투자상품들의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수요감소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가격의 반등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원자재 시세 지수 중 하나인 톰슨로이터CRE 원자재지수는 지난 17일 현재 183.713으로 연중 최저치를 나타내며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회귀했다. 특히 원자재 시세에서 비중이 가장 큰 원유의 경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7일(현지시간) 전날보다 2.6% 하락한 배럴당 40.67달러에 마감하며 8월 이후 최저점을 경신했다. 최근 1개월간 WTI 가격은 11.4% 내렸고 금·은·구리도 각각 8.6%, 10.3%, 11.8% 하락했다.
이에 따라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원자재펀드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22.81%다. 세부적으로 원유 등 천연자원펀드는 -28.49%, 금펀드는 -16.35%, 농산물펀드 역시 -7.85%의 부진한 수익률을 냈다. 또 16일 기준 한국펀드평가의 통계를 보면 원자재 관련 펀드(상장지수펀드(ETF) 포함) 중 최근 6개월간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상품은 42.66%의 '미래에셋TIGER원유인버스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H)'이 유일하다. 이 상품은 시세와 반대로 수익률이 움직이는 인버스ETF다. 원자재펀드에 투입된 국내 투자자금은 천연자원펀드 1조1,350억원, 금펀드 2,248억원 등 총 1조6,440억원에 달한다.
원자재 가격의 하락 추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와 구리 등 산업용 금속의 경우 중국 등 원자재를 대규모로 소비하는 국가들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상태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5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온스당 1068.7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부양책을 실시하면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될 수 있어 원자재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원자재의 초과공급 수준이 줄어들고 관련 기업들의 인수합병 속도에 따라 가격하락 속도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내년에도 전체적 하락 기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모습이다. 원자재 투자회사인 콜로마캐피털의 데이비드 부르카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CFA한국협회 초청 세미나에서 "'캘퍼스' 등 해외 연기금들도 최근 원자재 관련 ETF를 매도하고 있다"며 "원유나 산업용 금속의 경우 당분간 투자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고 금 역시 대안투자 수단으로 제한적으로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