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아산 탄생 100년] 오늘날 더 절실한 아산의 기업관

현대, 이익의 70%를 세금으로 냈지만

1977년 정부의 세법개정으로 아산 정주영의 현대는 이익의 70%를 세금으로 냈다. 법인세와 방위세, 지방세 등을 통합한다는 명분 아래 사상 최고율의 법인세를 매겼던 당시에도 아산은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이름이 더욱 알려지기 시작했다. '포천지'는 1978년 세계 100대 기업 가운데 98번째로 현대조선을 올렸다. 2년 전인 1976년 500대 기업에 들어간 지 불과 2년 만에 탑 100에 포함된 것이다.

이익의 70%를 세금으로 납부하면서도 성장 가도를 달렸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세금을 내고 남은 이익금의 30%만 갖고도 사람을 뽑고 재투자한 덕분이다. 일각에서는 경제가 전체적으로 호황이었기에 고율의 세금을 내면서도 성장이 가능했다고 해석하지만 온당치 않다. 1980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5.7%. 이란 회교혁명으로 인한 제2차 석유파동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현대그룹은 전년(6,066억원) 대비 73.2%나 성장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1조 506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생전의 아산은 대표 저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기업관을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란 국가 살림에 쓰이는 세금의 창출에 큰 몫으로 기여하면서 보다 발전된 국가의 미래와 보다 풍요로운 국민 생활을 보람으로 일하는 덩어리이지 어느 개인의 부를 증식시키기 위해, 뽐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산의 기업관은 오늘날 더욱 절실하다. 일인당 평균 국민소득(per GDI)은 3만달러를 앞두고 있지만 체감소득은 그렇지 못한 이유가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이후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진 반면 가계의 비중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간이 갈수록 국부 증가분을 더욱더 많이 가져가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인색한 현실은 아산의 기업운영 방식과 정반대다. 시대가 고율의 법인세를 내고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원한다. /권홍우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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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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