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의류업체인 홍콩 TAL그룹의 중국 내 생산공장이 치솟는 임금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게 됐다.
3일 홍콩 빈과일보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TAL그룹은 광둥성 둥관 공장을 올해 말 폐쇄하고 생산장비를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TAL그룹은 홍콩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의류업체로 바나나리퍼블릭·제이크루 등 유명 브랜드와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의 아시아 최대 하청업체다. 외자기업에서 불기 시작한 중국 탈출이 중화권 기업으로도 확대되는 셈이다.
로저 리 TAL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년간 인건비 상승으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며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이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둥관 공장 폐쇄에 앞서 TAL그룹은 이미 일부 생산라인을 말레이시아·베트남 등으로 이전한 상태다.
문제는 홍콩 기업인 TAL그룹의 중국 탈출이 중화권 기업 중국 탈출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스탠리 라우 홍콩기업인 대표는 "오는 2017년까지 홍콩 소유 본토기업들의 10%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제조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둥관에서 신발공장을 운영하던 한 기업인은 공장 문을 닫은 후 식당을 개업하는 등 비용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제조업을 포기했다. 그는 "작은 공장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며 "치솟는 인건비와 생산비용으로 대기업과의 경쟁을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져들며 동부연안 생산기지 공장들은 도미노 폐업 사태를 맞고 있다. 빈과일보는 둥관뿐 아니라 장쑤성 쑤저우, 저장성 원저우 등과 창업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선전에도 제조업체들의 도미노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둥관의 경우 올 들어서만도 노키아 등 외자기업을 포함해 4,000여개 기업이 문을 닫았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만도 1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에 연쇄도산 바람이 부는 것은 제조업 전반의 경기둔화가 가장 큰 이유지만 근로자들의 임금 급등, 생산재 가격 상승 등도 요인으로 꼽힌다. 또 기술경쟁력 격화, 주요 제조업 분야의 공급과잉 등도 기업을 도산 위기로 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