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미국 원격의료가 주는 교훈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방문규 복지부 차관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비율이 16.4%에 달한다. 연방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3년 사이 전체 의료비 부담은 21%나 증가했으며 전반적인 고령화 추세로 의료비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은 고령화 사회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원격의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4월 내년까지 보험가입자 2,600만명에게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컨설팅 전문 회사 타워스왓슨은 원격의료가 포함된 보험을 제공하는 사업체 비율이 2015년 전년 대비 3분의1이나 증가해 오는 2018년 이 비율이 8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은 부족한 의료인력 문제와 이로 인한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원격의료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보건자원서비스청(HRSA)에 따르면 약 1억명의 미국인이 일차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살고 있으며 미국의과대학협회(AAMC)는 2025년까지 5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격의료는 의료 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일차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이렇게 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해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반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회원국 중 최하(2.2명·OECD 평균 3.2명)로 도서벽지를 중심으로 의료 취약지역이 다수 존재하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의료 인력과 정보기술(IT) 수준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원격의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등 의료 취약지역 거주자의 의료 접근성 향상과 만성질환의 효과적 관리를 위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해 4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1년 반이 흘렀으며 19대 국회 회기 마감을 앞두고 있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기술적 안전성 문제와 대형 병원 쏠림에 따른 일차의료 붕괴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이다. 시범사업과 연구로 기술적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의료법 개정안에서도 원격의료는 일차의원에서 위험성이 낮은 만성질환 관리와 경증질환 진료에 대해 실시하도록 한정했다.

당장은 원격의료를 의료 취약지역인 도서벽지에 우선 실시하고 적용 대상을 넓혀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격'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일체 논의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의료 접근성 문제 해결과 함께 고령화 등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원격의료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번 국회 회기 내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 미국과 같이 우리도 발전된 IT를 의료에 활용해 보건의료체계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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