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식하다 만취로 인한 사고… 자발적 과음이면 본인 책임"

■ 송년회 시즌… 눈길 끄는 판결

직장 회식 중 다쳤더라도 본인 스스로 과음하다 상해를 입은 것이라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직장인 김모씨가 요양급여를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2년 7월 새로 부임한 팀 책임자인 실장이 주관하고 총 30명이 참여하는 팀 회식에 참석했다. 김씨는 오후9시를 넘겨 만취한 상태로 실장 등 12명의 팀원과 함께 옆 건물 4층에 있는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씨는 얼마 후 노래방 건물에서 화장실을 찾다 비상구 안 커다란 창문을 화장실 문으로 오인해 열고 나갔다가 건물 밖으로 떨어져 골반 골절, 천추 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

원심 법원은 김씨의 사고가 업무상 사유에 따른 상해로 인정했다. 원심법원은 "1차 회식에는 팀 최고 책임자인 실장이 주관해 팀원 35명 중 31명이 참석했고 회식비용 54만원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점을 보면 이번 회식은 업무상 회식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가 다른 직원들과 함께 노래연습장으로 장소를 옮겨 화장실을 찾던 행동이 모임의 순리적 경로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통상 모임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행사고 이 행사에서 근로자가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그러나 김씨가 유독 많은 음주를 한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회식에서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해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업무와 과음,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업무상 재해가 맞지만 이때는 사업주가 음주를 권하거나 강요했는지, 자발적으로 마셨는지, 다른 근로자들의 음주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김씨는 사업주의 강요 등이 없었음에도 자발적 의사로 자신의 주량을 초과해 함께 회식을 했던 다른 사람들의 음주량을 훨씬 넘는 과음을 했다"며 "그것이 주된 원인이 돼 회식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서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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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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