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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은 있다? 없다?…'2015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은행권 1위는?

<strong>NH농협은행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5년 12월호 스페셜 리포트 ‘2015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의 케이스 스터디 사례 기사입니다. 분석 기사와 상세 자료는 FORTUNE KOREA 2015년 12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NH농협은행이 은행권에선 유일하게 ‘2015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권 기업들이 대체로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고고하게 평가 리스트에서 빛을 발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김주하 NH농협은행장(왼쪽 다섯 번째)이 NH농협은행 서울 시내 여성지점장들과 청계천을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BR><BR><span><div style='text-align: center;max-width: 336px;margin: 0 auto;'><div id='div-gpt-ad-1707113286654-0'><script>googletag.cmd.push(function() { googletag.display('div-gpt-ad-1707113286654-0'); });</script></div></div></span><br>김주하 NH농협은행장(왼쪽 다섯 번째)이 NH농협은행 서울 시내 여성지점장들과 청계천을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지금 막 얘기를 들어서 어떤 내용을 말씀드려야 할지….”

지난 11월 20일, 기자가 서울시 중구 통일로에 위치한 NH농협은행 본점을 찾아갔을 때, 홍보실 관계자는 준비가 제대로 안된 듯, 조금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NH농협은행을 현장취재 하기 위해 찾아간 자리였다. 당초 생각한 건 영업점 현장을 취재하는 것이었지만, 형식상 절차가 복잡하고 요청 대기 시간도 길어 아예 본점을 방문한 것이었다. 거기엔 촉박한 마감 일정과 시간적 효율(?)을 고려한 측면도 있었다.

전날 유선 상으로 방문 요청을 하고 약속도 잡았지만, 왜 가는지에 대해서 많은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너무 많은 내용을 흘리면 준비된 답변만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담당자는 흔쾌히 이를 이해해주었다.

약속 당일, 두 명의 NH농협은행 직원이 기자를 맞았다. 전날 통화한 담당자에게 아주 간략한 얘기만 들은 임윤영 미디어사회공헌팀 과장과 그 자리에 즉석으로 불려온 양경미 광고홍보팀 과장이었다. 은행권 신규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영업점부터 돌아야 하기에 본사에선 새내기 직원들을 만나는 게 불가능했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직급이 과장, 차장급이기에 과장급을 우선 취재원으로 앉혔다.

“오! NH농협은행이 대단한 거네요?”

NH농협은행이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대기업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야기만 했을 땐 형식적인 반응만 보였던 양 과장이 세세한 내용을 알려주자 목소리가 카랑카랑해졌다. 해당 기업 임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해 이를 평가 데이터로 썼다는 점과, 순위권 안에 든 유일한 은행이 바로 자신이 속한 NH농협은행이라는 것이 놀라운 듯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대기업 부문 평가에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15위까지만 한정 발표하는 이번 평가에서 순위권 안에 든 은행은 NH농협은행 한 곳뿐이었다. 기업 규모나 성격 등 기업군 분류에 관계없이 은행업을 영위하는 기업들 전체를 대상으로 평가를 해도 NH농협은행은 가장 점수가 높았다.

증권, 보험, 카드사까지 업종을 넓히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융사는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리스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업종 중 하나였다. 대기업 부문에선 NH농협은행 외에 비씨카드(11위)만이 금융사로선 ‘유이’하게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었다.

기자가 “금융권 기업들은 대개 급여가 많아 리스트에 많이 오를 줄 알았는데 다소 의외였다”고 먼저 말을 꺼내자 임 과장이 이어받았다. “금융권이 많이 주는 만큼 일을 많이 시키는 걸로 유명하죠. 영업 쥐어짜기가 심한 곳도 많고요. 또 업종 자체가 살벌하잖아요. 같은 팀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금융권이 돈을 많이 주는 곳은 맞지만 일하기 좋은 곳은 아닌 것 같네요.”

기자: 그렇다면 NH농협은행은 어떻게 된 거죠? NH농협은행도 금융권에 속해 있잖아요.

임 과장 : 저희는 급여로만 따지면 금융권 내에서 그렇게 많이 받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복지 수준이나 일과 삶의 균형 등의 비교에선 다른 금융사들보다 나은 면이 있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사내문화도 좋고 또 일과 삶의 균형도 잘 잡혀 있습니다. 모 은행은 금융권 내에서도 급여가 아주 센 곳으로 유명한데, 일을 정말 많이 시킨다고 하더라고요.

양 과장 : 요즘 젊은 행원들을 보면 그런 특징이 있다고 해요. 과거 사람들하곤 다르게 승진 같은 거에 아등바등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녁이 있는 삶’ ‘여유가 있는 삶’ 같은 것들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할 수 있죠. 게다가 농협은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가지고 있잖아요. 거의가 정년까지 생각하는 분위기거든요.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NH농협은행이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에 선정된 데에)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조사에서 NH농협은행은 ‘일과 삶의 균형’ ‘복지 및 급여’ ‘사내문화’ 순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금융사들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대를 보였던 일과 삶의 균형에서 제일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번 평가에서 나타난 NH농협은행의 이 같은 기업문화 특징은 임 과장과 양 과장의 해석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특히 여자들이 더 일하기 좋은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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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걸걸한 목소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김현범 광고홍보팀 팀장이었다. 그는 짧게 자기소개를 하곤 다시 말을 이었다. “좋은 시설과 시스템을 갖추고 애들까지 다 봐줍니다. 출산휴직·육아휴직 원하는 대로 다 쓸 수 있고요. 복귀 시스템은 또 얼마나 잘돼 있다고요. 가만히 보면, 여자들이 승진도 빨라요.”

듣고 있던 양경미 광고홍보팀 과장이 똥그래진 눈으로 “승진이야 능력이고 실력이죠”하고 되받았다. 머쓱해진 김 팀장이 겸연쩍게 웃고는 휘적휘적 사라졌다. 분위기가 아주 좋은 팀에서나 볼 수 있는 상사와 부하 간 짧은 입담 대결이 흥미로웠다.

양 과장은 덧붙였다. “저희는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남녀 차별 없이 평등하게 적용됩니다. 어느 정도 연수에 도달해 책임자급이 되려면 승진시험을 봐야 하는데, 그 과정이 아주 투명하게 진행돼요. 승진하는 사람들을 보면 절반 이상이 여성입니다. 최근 있었던 인사에서도 4급 승진자의 50.8%가 여성이었거든요.” 대화에서 퇴장한 김현범 팀장의 언급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번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 조사에서 NH농협은행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부문에서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포춘코리아와 잡플래닛이 선정 · 발표한 이번 기업평가는 기업 규모와 성격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외국계 기업과 IT·웹기업으로 나눠 진행됐다. NH농협은행은 이 중 한 카테고리인 대기업 부문에서 6위를 차지했다. 또 NH농협은행은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부문에서도 3위에 올랐다. 더 뛰어난 성적이다. 이는 ‘NH농협은행이 여성 임직원에게 훨씬 더 매력적인 일터로 평가받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임윤영 미디어사회공헌팀 과장은 말한다. “저희 회사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란 점에 동의합니다. NH농협은행에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을 줄인 말)라는 말이 없어요. 출산휴가든 육아휴가든 전부 다 채워서 쓰고 복귀도 쉽게 하죠. 복직 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거든요. 금융권은 법이나 제도 같은 게 자주 바뀌잖아요. 그런 내용들을 정리해 주고 복직에 필요한 여러 팁들도 잘 가르쳐 줍니다. 인원 보강이 필요한 부서와 협의해 되도록이면 직원이 살고 있는 지역이나 적성에 맞는 곳으로 복직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고요. 임신이나 육아 때문에 조직 내에서 눈칫밥을 먹는 일도 없어요. 오히려 배려를 해주는 분위기입니다.”

“보여주고 싶은 사례가 너무 많아요”

취재를 마칠 무렵 즈음, 임도형 고객만족(CS·Customer Satisfaction)팀 차장이 한가득 문서를 안고 취재 테이블로 찾아왔다. 기자가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농협에서 진행하고 있는 즐거운 일터 만들기(GWP·Great Work Place) 프로그램의 재밌는 사례들을 꼭 보여 주고 싶다”며 1시간 넘게 기다리게 했던 터였다. 옆에서 양 과장이 “보여주고 싶은 사례가 너무 많아 정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귀띔을 해줬다.

임 차장은 여러 사례를 훑어주며 이렇게 설명했다. “2012년 출범 때부터 ‘좋은 일터 만들기’ 활동을 해오다 보니 흥미로운 사례가 정말 많았습니다. 이 활동의 중심은 NH농협은행 각 조직 내에서, 특히 영업점 내에서 직원들끼리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재밌는 일터’를 만드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주는 거죠. 일을 즐겨야 개인도 조직도 성과가 오르니까요. 그래서 이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좋은 일터 만들기’ 활동은 주로 ‘맵시창구개점식’을 통해 진행되고 있었다. NH농협은행 본부에서 재밌는 미션과 진행 방법을 내려주면, 영업점에서 이를 개성 있는 방식으로 실행하는 식이다. 예컨대 올해 상반기 ‘직원 격려해주고 기 살려주기’ 미션을 받은 NH농협은행 호원동지점은 사무소장이 직원 가족에게 감사의 편지를 동봉한 꽃바구니를 전달하고, 자신이 바리스타가 되어 직접 만든 커피를 직원들에게 대접하는 식으로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NH농협은행에선 이 같은 미션이 다양한 내용과 방식으로 주어지고, 실제 실행 역시 다양한 아이디어로 수행되고 있다. 월평균 680개의 영업점이 맵시창구개점식 이벤트에 참여할 만큼 반응도 좋다.

임 차장의 설명이 끝나갈 때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왜 즐거운 일터 만들기를 고객만족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임 차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즐거운 일터를 만드는 것, 즉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야말로 고객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업과 고객과의 접점은 결국 직원들이잖아요. 특히 저희 같은 은행 업종은 일선 영업점의 직원들이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이들이 즐거워진다면 고객한테 친절히 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우리 NH농협은행 전체의 서비스 질이 올라가지 않겠어요. 직원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은 결국 고객과 기업 모두가 좋아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하 박스 기사>

◇어떻게 뽑았나?


올해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은 지난 1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9개월간 잡플래닛 사이트에 20개 이상 리뷰가 올라온 638개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기업 리뷰 수에 제한을 둔 것은 최소한의 신뢰도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기업 리뷰는 두 번의 필터링 과정을 거쳤다. 일방적인 주장이나 지나치게 악의적인 평가는 내부 필터링을 통해 솎아냈다. 평가 영역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 역시 미디어 필터링을 통해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업 리뷰는 평가 항목에 점수를 주거나 내용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총 만족도 △승진 기회 및 가능성 △급여 및 복지 △사내문화 △일과 삶의 균형 △경영진 능력 등 6개 영역은 작성자가 점수(5점 만점)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한 줄 평 △장점 △단점 △경영진에 바라는 점 등은 문장 서술식으로 작성케 했다.

순위 산정의 바탕이 된 기업의 총점은 기업 리뷰 6개 분야별 만족도 점수를 근거로 산출됐다. 구체적인 산출 식은 <(총 만족도 점수) x 10> + <(승진 기회 및 가능성 점수) x 2> + <(급여 및 복지 점수) x 2> + <(사내문화 점수) x 2> + <(일과 삶의 균형 점수) x 2> + <(경영진 능력 점수) x 2>였다.

◇한국판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은 미국 포춘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의 한국판이라는 점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포춘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은 버슨마스텔러와 PR위크가 진행한 미국 CEO 대상 설문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기업평가서 1위에 오를 만큼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김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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