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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한·일전에서 3년 연속 10점 차 대승을 거뒀던 한국이지만 유럽과 호주의 합류로 생긴 변수는 넘어서지 못했다. 내년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6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의 미요시CC(파72·6,500야드)에서 끝난 여자프로골프 4개 투어 대항전 더퀸즈(총상금 1억엔)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표팀은 2위에 만족해야 했다. 3라운드 합계 승점 38(12승2무3패)로 우승팀 일본(41점·13승2무2패)에 3점이 모자랐다. 우승상금 4,500만엔을 일본에 내준 한국은 준우승 상금 2,700만엔을 받았다. 출전선수 9명이 300만엔(약 2,800만원)씩을 나눠 가졌다.
한국은 첫날 포볼(2인 1조로 각자 볼을 쳐 좋은 스코어 반영)에서 2승1무1패로 승점 7점(이기면 3점, 비기면 1점)을 기록, 4전 전승(12점)의 일본에 5점 뒤진 채 출발했다. 추천선수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김세영(22·미래에셋)이 감기로 빠진 게 컸다. 필승 조로 꼽혔던 이보미(27)-박성현(22·넵스)이 유럽팀과 비긴 것도 아쉬웠다. 한국은 둘째 날 포섬(번갈아 치기)에서 반격을 노렸으나 2승1무1패에 그치는 사이 일본이 3승1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면서 승점 8점 차(14대22)로 더 벌어져 버렸다. 한국은 변수가 가장 적은 마지막 날 1대1 싱글 매치에서 전승을 별러 8승1패로 대추격을 펼쳤지만 단 1승이 부족했다.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가 와타나베 아야카(일본)에 1홀 차로 졌다. 9전 전승으로 끝났다면 공동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조윤지는 눈물을 흘렸고 위로하던 동료들도 같이 울었다.
더퀸즈는 지난해까지 열려온 한·일전이 확대된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25대11로 대승하는 등 일본과의 역대전적에서 7승2무3패로 앞섰다. 3회 연속 10점 차 이상으로 벌어지는 등 대회가 싱거워지자 일본 측에서 유럽 투어와 호주 투어를 끌어들여 국가대항전 성격을 띤 4개 투어 대항전으로 키운 것이다. 하지만 유럽과 호주에서 유명선수를 섭외하지 못한 탓에 대회 분위기는 썰렁하기만 했다. 사흘간 갤러리 수는 5,000명 정도였다. 유럽은 승점 12점, 호주는 7점에 그쳤다. 일본 측의 '작전'은 통했다. 참가팀이 늘어나면서 한·일 맞대결은 첫날과 둘째 날 각 한 번에 마지막 날 세 번밖에 성사되지 않았다. 물론 유럽·호주와의 경기에서 승점을 싹쓸이하지 못한 한국의 실수도 있었지만 일본과의 '진검승부'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둘째 날 경기가 끝났을 때 이미 일본의 우승은 확실해 보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관계자는 "각국 협회 미팅에서 경기방식에 대한 문제와 유명선수 섭외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 내년에는 더 발전된 형태로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방식 등을 떠나 한국은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2승3패로 뒤졌다. 배선우(21·삼천리)-고진영(20·넵스) 조가 포볼 경기에서 오야마 시호-나리타 미스즈 조에 1홀 남기고 2홀 차로 졌고 전인지(21·하이트진로)-김세영은 포섬 경기에서 우에다 모모코-하라 에리나(일본)에 4홀 남기고 5홀 차로 완패했다. 싱글 매치에서는 김민선(20·CJ오쇼핑)이 오야마 시호를 2홀 남기고 3홀 차로 이겼고 박성현은 우에다 모모코를 4홀 남기고 5홀 차로 완파했다. 조윤지는 와타나베에 졌다. 한국선수 4명을 포함, 외국선수에게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상금랭킹 1~5위를 전부 내준 일본은 설욕을 벼르고 이번 대회에 임했다. 일본선수들은 "투어에서의 아쉬움을 더퀸즈에서 씻겠다"며 일찌감치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짰다. 주장 우에다는 선수들에게 "분위기 반전을 위해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식사와 이동 때도 개별행동을 금지했다. 팀워크 강화에 혼신을 다한 것이다.
세계랭킹 20위 내 선수가 9명에 이를 정도로 여자프로골프 최강국인 한국으로서는 내년 8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 전선을 재점검하는 기회가 됐다. 올림픽은 매치플레이가 아닌 72홀 스트로크플레이 개인전으로 펼쳐지지만 낯선 환경 등 더 큰 변수가 있을 수 있다. 한국팀 주장 이보미는 "승부는 결국 싱글 매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봤는데 제가 조금 자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고야=양준호기자 migu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