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이재현 CJ회장 실형 선고] '총수 공백' 장기화… CJ 2020 비전·글로벌 M&A 줄줄이 제동

■ 충격 휩싸인 CJ그룹

헬로비전 매각자금 1조1500억도 투자처 못찾을듯

CJ "집유 기대했는데… 비상체제로 위기극복 강구"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권욱기자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자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다. 2년 반에 걸친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CJ그룹의 주요 전략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 행보에도 또다시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의 실형 선고 소식이 전해진 15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CJ그룹 사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간간이 오가는 임직원들의 표정은 평소보다 침울했다. 그룹 내부에서조차 이 회장의 집행유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실형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았기 때문이다. CJ그룹의 한 직원은 "앞서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만큼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며 "법원이 다른 경제 사범보다 형량을 무겁게 적용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네 번째 재판에서까지 끝내 실형을 면하지 못한 것은 "범행 상당 부분이 개인적인 이득을 노리고 저지른 것이어서 엄벌이 필요하다"는 재판부의 판단 때문이었다.

당초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 9월 대법원이 "배임죄 부분은 범죄이득 산정이 어려워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점 △이 회장의 건강이 극도로 좋지 않은 점 △최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은 기업 총수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 △경제침체 타개를 위해서라도 기업 총수의 경영 복귀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조성된 점 등의 이유에서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배임죄의 경우 "범죄이득을 산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개인 재산 증식을 위해 그룹 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했다는 사실관계는 변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2006년 사실상 개인 소유인 주식회사 팬재팬이 빌딩 매입자금 마련 목적으로 대출받을 때 CJ 해외 계열사가 연대보증을 서게 했다.

또 기업 살리기 차원에서 법을 위반한 윤 회장과 강 전 회장 등과 달리 이 회장은 사익을 노린 부분이 컸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임직원들 명의로 주식을 보유해 배당·이자소득을 챙겼고 임원 급여를 주는 척하며 회사 돈을 횡령하기도 했다.

건강과 경제 살리기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부도 고민이 되는 듯 "이 회장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 "경제침체 타개를 위해서 기업 총수의 경영 복귀가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있다는 것을 안다" 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무거운 죄책을 감안하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냈다. 특히 '재벌 총수=집행유예'라는 관행을 깨야 한다는 듯 "대기업 총수라 하더라도 법질서를 경시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조세를 포탈하거나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함으로써 유사범죄 재발을 방지하고 건전한 시장경제 확립을 통한 경제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CJ그룹은 총수 부재라는 악재를 이번에도 피하지 못한 만큼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를 계속 가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룹의 밑그림을 그려온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앞서 CJ 2020년 비전으로 발표한 매출 100조원과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 전략도 줄줄이 좌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격적으로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매각해 확보한 1조1,500억원의 실탄 역시 당분간 투자처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CJ그룹의 전략사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적재적소에 민첩한 의사결정이 필수지만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서 곳곳에서 차질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CJ그룹은 이 회장의 공백 여파로 일본 APL로지스틱스 인수, 인천 굴업도 오션파크 건설, 수도권 택배 허브터미널 건립 등 주요 전략사업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수형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실형이 선고돼 참담한 상황"이라며 "이 회장의 공백으로 그룹의 경영 차질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대안과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성·서민준기자 engine@sed.co.kr


관련기사



이지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