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 3주년을 앞두고 있다. 아베 총리는 취임 초부터 양적완화와 재정확대 등 가능한 모든 정책적 수단을 이용해 일본을 디플레이션과 엔고의 덫에서 탈출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그로부터 3년 동안 일본 경제는 상당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이 기간 약 100% 이상 상승했으며 80엔 수준이었던 달러 대비 엔화 환율도 120엔까지 올랐다. 특히 3%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일본의 실업률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수치다. 일본의 양호한 고용 상황은 향후 임금인상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상황이 온통 장밋빛은 아니다. 신선식품과 에너지 분야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1.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베 정부가 처음 목표로 제시한 2%의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근원 소비자 물가지수의 성장률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세다. 다만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석유 등 화석연료 전량을 수입하는 일본으로서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약세가 결코 경제에 부정적이지는 않다.
지난해부터 아베노믹스의 초점은 이른바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구조개혁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고 주주 친화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실질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기업은 기록적인 수준의 이익 규모와 이익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요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술개발 투자 비율도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기업이 기술개발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상품화하고 그 수익을 주주들과 나누면서 보다 많은 외국인 투자가를 일본 증시로 이끄는 것이다. 이는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투자에 앞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존재한다. 우선 일본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은 인구 고령화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고령화되는 국가로 향후 노동력 및 소비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제한 정책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총인구 감소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 구도 역시 장기적으로 정책불안과 정치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다.
아베노믹스 출범과 함께 일본이 고질적인 경제적 불안에서 탈출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안정적 고용상황이 임금 인상과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다면 일본 시장의 잠재력에 전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