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약대의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턱 응운 박사 연구팀은 둘 중 최소 한쪽이 게이인 남자 일란성 쌍둥이 47쌍의 타액을 채취해 DNA를 분석한 결과 동성애자의 가능성을 67% 예측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8일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미국 인간유전학회 연례총회에서 발표됐다. 47쌍 중 두 명 다 게이인 경우가 10쌍, 둘 중 한 명이 게이인 경우는 37쌍이었다. 연구팀의 선임인 응운 박사 역시 게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40만 개의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관찰한 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결정적인 차이를 알려주는 5개의 꼬리표를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후생유전학적 변화란 유전자 자체, 즉 DNA 염기서열에는 전혀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DNA 메틸화(methylation) 같은 DNA의 구조변화로 유전자의 발현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결국, 이 5개 유전자 꼬리표를 알고리즘(일련의 순서화한 절차)에 대입했더니 이성애자를 정확히 예측할 확률은 50%, 동성애자를 예측할 확률은 83%로 둘의 평균으로 나누니 67%에 달했다는 결론을 냈다. 응운 박사는 “분자 표지 인자에 바탕을 두고 성 정체성을 밝혀낸 최초의 모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왜 여성 동성애자(레즈비언)보다 남성 동성애자의 예측 정확도가 높은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성 정체성 형성에 주요한 노릇을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유전자 꼬리표가 과연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차이를 가르는 정보를 담고 있는지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전했다. 에모리대학 인간 유전학 교수인 펑진은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응운 박사 연구팀의 실험 표본이 너무 적다”면서 “발견한 내용이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더 많은 쌍둥이를 대상으로 실험해야 한다”고 말했다./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