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중국 반부패 칼, 금융 겨누다

사모업계 큰손 체포 이어 차관급 농업은행장 낙마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사정 바람이 중국 금융계에 몰아치고 있다. 중화권 매체들은 이번 반부패 조사가 은행은 물론 증시 등 전방위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중국농업은행의 장윈(56ㆍ사진) 행장이 낙마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중국 매체들은 당국이 조사를 위해 장 행장을 체포, 연행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중국 금융당국은 중국 제1펀드매니저로 불리는 사모 업계의 큰손 쉬샹 쩌시투자유한공사 대표를 주가조작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장 행장의 낙마설에 대해 농업은행 측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혐의 내용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21세기경제보도는 장 행장이 아직 연행되지는 않았지만 부부급(차관급)에서 정처급(처장급)으로 3등급 강등됐다고 전했다.

차관급인 장 행장의 낙마와 체포설은 중국 금융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장 행장이 당국의 조사를 받는다면 시진핑 정부 들어 반부패운동이 본격화한 후 금융계의 최고위급 인사가 반부패로 낙마하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앞서 9월에는 장위쥔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조리(차관보급)가 심각한 기율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 행장은 1985년 농업은행에 입행해 2001년 부행장으로 선임됐으며 2009년 행장 겸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농업은행은 1951년 중국 최초의 국유 상업은행으로 설립돼 2009년 합자은행으로 변신했으며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최근 농업은행은 경기둔화로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특히 부실채권 비율이 국영은행 중 유일하게 2%를 넘어서며 위험한 고수익상품인 그림자금융 상품을 확대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정 바람은 증권가로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체포된 쉬 대표는 중국 증시의 조지 소로스로 불리는 인물이다. 보유자산이 140억위안으로 중국 부자 순위 188위에 오르기도 했다. 쉬 대표는 주가조작과 내부정보 불법취득 등의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8월 중국 주식시장이 이례적인 폭락장을 기록했던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내부자거래와 시세조종 같은 불법적 행위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앙기율위는 앞서 지난달 말 인민은행과 은행감독관리위원회·보험감독관리위원회·공상은행·농업은행·중국은행·건설은행과 보험사들에 순시조를 파견해 규율위반 여부를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중화권 매체는 류윈산 상무위원의 큰아들인 류러페이 중신증권 부회장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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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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