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노동개혁 쟁점법안, 시장현실 충실한 해법을

비정규직 양산 우려 큰 기간제법… 상시업무 정규직 전환 적극 장려



여야가 노동개혁 5대 법안을 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여야 간 합의를 통한 최종적인 법안 상정과 의결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특히 핵심 쟁점법안인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법에 대해서는 여야 간 현격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어 과연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의견 조율 및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

파견근로자법의 경우 정부·여당은 파견근로 허용 대상과 범위를 넓혀 뿌리산업 등 취업 기피 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용역근로 등 제도권 밖에 있는 소위 비공식 노동의 공식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야당은 금형·주조·용접 등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할 경우 현행법으로 금지돼 있는 제조업 전반으로 파견근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간제법의 경우 정부·여당은 현재 2년까지만 가능한 기간제 계약기간을 35세 이상 희망하는 근로자에 한해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그렇지 않아도 높은 비정규직 비중을 더 늘리는 비정규직 양산 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아니 어느 쪽 가정이 우리 노동 시장의 현실에 더 가까운 것일까. 기간제 고용계약이 법적으로 허용된 것은 기업 측면에서는 일단 인력 운용의 유연성 기제가 확보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 허용기간 제한을 늘리는 것에 대한 정당성 판단은 기간제법의 제정 목적, 즉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 해소와 남용 방지에 충실한 현실적 판단이 앞서야 할 것이다.

이와 직접 연관된 노동 시장 통계가 기업 현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과 이직률이다. 더 엄밀한 조사와 통계가 필요한 사항이기는 하지만 주목할 것은 기간제법이 시행된 후 연평균 정규직 전환율이 신입직이 많은 청년층의 경우 약 20% 내외라는 것이다. 특히 35~54세 연령층의 정규직 전환율이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나머지 비정규직들은 대부분 또 다른 비정규직 일자리로 이직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적극적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일부 사용주들의 비도덕성을 비난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정부와 경영계가 지적하는 대로 정규직 보호벽이 너무 높아 외곽에 머물고 있는 비정규직의 진입이 너무 어려운 것인가. 아니면 양자 모두 책임이 있는 것인가.

이 이슈 또한 행위론적 접근을 통해 최대한 사실에 근접한 답을 찾아내야 할 사항이지 당략이나 이념으로 서로 논쟁할 사안이 아닐 것이다.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사용자 측의 사회적 책무와 정책당국의 의지 문제이며 정규직의 높은 벽은 노동계가 양보와 타협으로 풀어야 할 사회적 통합의 문제이다. 비정규직 문제로 노사나 여야가 서로 비난하기보다 자신이 져야 할 책무가 무엇인지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앞서야 한다.

종합해볼 때 여야가 타협할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은 다음과 같다. 정부·여당이 사용자에 대해 상시·지속적 업무에 정규직 채용을 장려하고 적극적 정규직 전환 정책을 강화한다는 조건에 희망자에 한해 기간제 계약기간을 2년+2년으로 연장할 수 있는 안을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사회적 실험에 야당이 동의하는 것이다. 그러한 한시 운영기간을 거쳐 기업의 인력 채용 형태, 비정규직의 이직률 및 정규직 전환율 등의 변화를 기초로 법안 개정 방향을 최종적으로 정하면 노사·여야가 동의하는 합리적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갈등 비용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여야 양측이 각 당의 전략적 입장보다는 저성장시대의 고용 기회 확대와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라는 이번 사회적 대타협의 궁극적 목표와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적시에 입법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전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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