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첨단범죄에 맞서는 전문검사] <4> 김용자 대구지검 검사-보험

사기죄 적용 '발상의 전환'…사무장병원 엄벌

김용자 검사


작은 발상의 전환이 큰 변화를 일으킬 때가 있다. '보험 수사 전문가'로 통하는 김용자(40·사법연수원 32기·사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가 불법 사무장병원 범죄를 사기죄로 처벌한 일이 그랬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의사나 비영리법인 명의를 빌려 불법 운영하는 병원을 말한다. 김 검사는 지난 2013년 서울남부지검 근무 시절 사무장병원 운영에 가담한 최모씨 등 10명을 적발했다. 뒷돈을 약속한 이면계약서와 관련자 증언을 확보하는 등 수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김 검사는 한 가지 고민을 더 했다.

그동안 검찰은 사무장병원 운영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해 왔다. 의료법 위반은 양형이 낮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 검사는 사무장병원의 행태를 엄벌에 처하기 위해 '사기죄로 처벌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떠올린 것이다. 사무장병원임을 속여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료를 타냈으니 충분히 사기 행위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사기 금액이 5억 원을 넘어가면 징역 3년 이상을 구형할 수 있는 터라 죄만 인정되면 엄벌이 가능하다.

결국 김 검사는 사무장병원 개설자에게 처음으로 사기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법원에서도 김 검사의 논리를 받아들여 주범은 징역 3년의 엄벌을 받았다. 이후 대부분 검찰청은 사무장병원을 사기죄로 처벌해 엄벌 기조가 굳어졌다.

김 검사는 "사무장병원에 사기죄를 적용하면서 범죄이익 환수도 쉬워졌다"고 전했다. 의료법 위반과 달리 사기는 범죄 액수가 특정되므로 유죄 판결만 나오면 행정처분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김 검사가 발상의 전환을 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 기간 보험 범죄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 덕분이었다. 그는 2007년 보험 사건을 맡은 이후 관련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해 왔다. 사무장병원 등 건강보험료 편취 사건은 물론이고 산재보험·손해보험·생명보험 사기 사건 등을 두루 섭렵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3년 12월에는 보험 분야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라는 타이틀을 안게 됐다. 보험 분야 블루벨트는 김 검사가 최초였으며 아직도 2,000여명의 검사 중 단 2명밖에 없다.

김 검사는 "보험 사기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서 이를 수사하는 데에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능화하는 범죄 사례로 최근 산재보험 사기 사례를 소개했다. 산재보험 사기는 손가락 등의 신체를 고의로 훼손한 뒤 "일하다가 다쳤다"고 속여 요양급여를 타내는 범죄다.

김 검사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건설현장, 공원 등에서 부상을 입힐 가짜 근로자를 물색하는데 근로자가 이전부터 공사현장에서 일했던 것처럼 속이기 위해 10만원 가량의 일당을 미리 입금시킨다. 작업 현장에서 다친 것처럼 보이려고 실제 공사 현장에서 고의 부상을 실행하는 것은 물론 사고 목격자까지 섭외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신체 훼손을 실행하는 '기술자'들은 주로 쇠망치로 근로자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는데 장해등급을 높게 받기 위해 엄지를 포함한 4개 이상의 손가락을 골절시킨다고 한다. 또 장해진단을 잘 내주는 사무장병원까지 미리 포섭하기도 한다.

김 검사는 "사기범들은 부상당한 부위는 수술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꾀지만 대부분 손가락을 제대로 굽힐 수 없는 후유증이 남고 근로자들은 보험금의 40% 밖에 못 챙긴다"며 "순간의 유혹에 혹해 범죄에 가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통사고 등 손해보험 사기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고 김 검사는 덧붙였다. 사기범들끼리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는가 하면 보험료를 높이기 위해 고급 수입차, 모터사이클을 동원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는 "보험 사기의 지능화에 대처하려면 검사의 전문성도 강화돼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법무연수원 강의 등을 통해 수사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뿌듯해 했다.

김 검사는 끊이지 않는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수사 강화도 중요하지만 보험사 단계에서의 사기범죄 차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공보험이든 사보험이든 보험료 청구가 들어오면 일단 지급하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지급을 까다롭게 하면 불만 민원을 받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보험사기는 범죄 금액이 작아도 다수의 선량한 가입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보험사 차원에서 지급·가입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구=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관련기사



서민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