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중공에서 온 유학생-김대영 이지스자산운용 사장



중국은 여러 분야에서 주요2개국(G2)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번 전승절 기념식에서 선보인 첨단무기와 우주정거장 건설 등은 미일 등 선진국을 긴장시켰다. 짝퉁 또는 불량품들은 진품보다 더 우수한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샤오미 등은 빠른 속도로 세계적인 기업에 합류하고 있다.

필자가 베이징을 방문한 지난 1989년. 수출 산업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면 1990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20여년간 연간 8~9%의 높은 성장률을 시현하면서 지금의 중국으로 도약하게 된 저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과학기술이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1960년대 중반. 그 도시에는 중공(中共)에서 온 이공계 분야 유학생 3명이 있었다. 그들은 양자물리·전자공학·재료공학을 전공했다. 아마도 미국 전역에는 매년 수백 명의 이공계 유학생이 파견되고 이는 지난 40~50년간 계속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지원 덕분에 중국은 오랜 기간 동안 산업화를 뒷받침하는 응용과학뿐 아니라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엄청난 능력이 축적됐다.

최근 우리의 수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삼성과 현대가 외로운 경쟁에서 힘들어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우리의 이공계 대학 수준이 세계 100위권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매년 투입되는 엄청난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R&D) 투자가 기대 이하의 결실을 보고 있는 점도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이 키스트를 1966년, KAIST를 1971년 설립해 선진국에 있던 과학기술 인력을 초빙했으며 이들은 수출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정책적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다.

1960년대 과학기술을 향했던 우리의 에너지가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결집되지 않는 한 우리 산업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과학기술 진흥의 청사진을 다시 짜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재정과 금융의 과감한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

필자는 정부 청사진의 일부로 다음과 같은 사항이 포함됐으면 한다. 저소득층의 우수한 고졸 또는 대학재학생 5,000명을 이공계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해 세계 유명 대학에 유학시키는 것이다. 1인당 연평균 7~8만달러의 생활비 및 교육비를 5~6년간 지원하는 데 소요되는 총액은 연간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5~6년 후부터 연간 배출되는 5,000명의 교육수료자는 한국 과학기술의 새로운 도약에 기여할 것이며 한편으로는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상향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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