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나랏돈 펑펑 쓰면서 국가채무 걱정된다는 정부

나라 살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206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지금의 40% 수준에서 60% 이상으로 높아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4일 발표한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정부의 재량지출(정부 의지로 대상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이 매년 경상성장률만큼 증가할 경우 GDP 대비 채무 비율이 올 예상치(42.3%)보다 20.1%포인트 높은 62.4%까지 오른다. 정부는 이렇게 전망한 근거로 저출산과 고령화를 꼽았다. 연평균 성장률과 재정수입 증가율은 떨어지는데 복지 등 의무지출(정부 의지와 상관없이 반드시 써야 하는 예산)은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씀씀이를 유지한다고 전제할 때 가능한 수준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정부도 시나리오별로 제시한 것처럼 도중에 예상 밖으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야 할 일이 생기면 국가채무비율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10조원 규모의 의무지출 도입, 기초연금 인상, 구조개혁 저조에 따른 경상성장률 하락 등 세 가지 시나리오가 동시에 발생하면 국가채무비율은 158.4%까지 치솟는다.

나라 살림도 집안 살림과 마찬가지로 빚을 지는 것은 좋지 않다. 정부는 빚이 늘지 않도록 나랏돈을 한 푼이라도 아껴쓰고 혹시라도 잘못 쓰는 데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정부를 보면 국가채무를 관리하기는커녕 오히려 빚을 늘리지 못해 안달하는 것 같다.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계획은 4대강 사업 이후 최대인 6조7,0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 때 검토했다가 사업비 부담 때문에 보류된 사업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사업 타당성이 떨어지는 울릉도 공항과 흑산도 공항 건설사업도 경제성 대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갑자기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계획을 잇따라 내놓는 이유는 뻔하다. 내년 총선 때 표를 얻고 싶어서다. 정부는 62.4%의 국가채무비율도 높다며 세출구조를 조정하고 페이고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말로만 대응한다고 하지 말고 복지 포퓰리즘은 물론 마구 쏟아내는 선심성 건설사업부터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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