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는 지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고성장시대,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중성장시대를 거쳐 2010년대에는 저성장시대로 접어들었다. 각 기간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9~10%에서 5~6%로, 그리고 이제는 2~3%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로 오는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경제가 20년 전 일본 경제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차이나 인사이드(중간재 부분에서 중국산의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 차이나 리스크(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나 국가가 중국의 위축으로 겪게 되는 위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중국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위협과 기회가 함께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불연속적 변화의 시기에 우리 기업의 대응 전략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향후 5년 우리의 대응 노력이 이후 15년의 한국 경제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우리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르는 일본의 지난 20년은 어찌 보면 저성장시대에 적응해가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제 저성장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한국 기업의 전략적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가. 과연 답은 있는가.
경험해보지 못한 저성장의 어려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전략적 방향은 우선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기업의 비능률을 줄이고 영업력과 기술력 확충에 집중해 지속적인 고객 창출과 기술 혁신을 이끌어가야 한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려는 헌신적인 태도와 열정, 도출된 문제에 차별화된 대안을 제시하는 혁신적 역량과 노력은 저성장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핵심요소들이다.
고령화와 인구절벽, 이로 인한 내수 감소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러한 저성장시대에 대한 답은 '글로벌화(Globalization)'밖에 없다. 이제는 수출 확대뿐 아니라 해외 시장 개척, 인력의 해외 진출, 해외 투자 지원, 해외 기술 협력, 현지법인 설립, 해외 인맥 연계 등 다양한 글로벌 전략으로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특정 국가나 지역을 목표 시장으로 삼아 집중하고 점진적으로 타 지역으로 확대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제반 지원도 확대·정교화될 필요가 있다. 상품뿐 아니라 사람이, 그리고 사업이 해외로 나가야 한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강한 기업은 저성장시대의 위기에서도 감춰진 기회를 본다.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고, 학습을 통해 변화하고, 마침내 성공을 이뤄 기회를 실현한다. 최근 탄생 100주년을 맞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삶에서 우리는 기업가정신은 어려울 때, 끊임없이 시도하고 혼신의 힘을 다할 때 더욱 잘 발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업가정신은 저성장시대를 돌파하는 교두보다.
아울러 저성장시대에는 가격경쟁력이 특히 중요해지므로 원가를 줄이고 혜택을 늘리는 다각적 '경영 혁신(Management Innovation)' 노력이 필요하다. 운영방식 및 프로세스 혁신, 제품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뿐 아니라 관리업무 수행방식이나 조직 형태를 변화시키는 경영 혁신 노력으로 원가를 줄이고 가치 혁신을 실현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의 위기감과 절박함, 발상의 전환이 이러한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저성장시대는 우리에게 시련이요 극복해야 할 상황이다. 무슨 일이 닥쳐오는지 전혀 보지 못해도 답답한 노릇이지만 난리가 난 것처럼 허둥댈 필요도 없다.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차분하게 가치 창조의 원천인 고객 창출과 기술 혁신에 역점을 두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글로벌화(G)와 기업가정신(E), 경영혁신(M)의 보석(gem)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헌신과 혁신,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출발점에 이러한 구조적 변화의 흐름을 냉철하게 보고 절실하게 실행하는 CEO의 리더십이 있다.
배종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