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의 제조업 신사업에 길 있다] <4> IoT서 먹거리 찾는 기업들

스마트홈서 무인차까지… "가치창출 혁신" 생태계 선점 경쟁


200종 이상 타사 제품 연동, 삼성 스마트싱스 키트 서비스

일반 가정용 가전 등 원격제어, LG '스마트씽큐 센서' 선봬

현대차에 구글 시스템 적용… 車IT업계 합종연횡 활발

IoT로 건물관리 효율 극대화… 스마트팜 등 농업도 대변신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아침 온도는 14도 정도로 좀 쌀쌀하네요."

알림 메시지와 함께 침실의 조명이 켜진다. 기지개를 켜며 거실로 나가 커피포트가 알아서 내려 준 신선한 커피를 마신다. 가족들이 회사와 학교로 모두 떠나자 집안의 조명이 자동으로 꺼진다.

업무에 한창 바쁜 오후 시간, 빈 침실에 움직임이 감지됐다는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뜬다. 얼른 원격 카메라를 연결해보니 키우는 강아지가 화분을 깨뜨린 모양이다. 퇴근 직전에는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손자 손녀가 보고 싶어 갑자기 찾아오신 부모님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현관문을 열어드렸다.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미국 아마존과 베스트바이·시어스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한 '스마트싱스(SmartThings)' 키트의 사용 사례다. 가격이 99달러(약 11만원)에 불과한 스마트싱스 키트는 삼성전자 가전뿐 아니라 오스람의 스마트전구, 보스의 스마트오디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조명조절 장치 등 200종 이상의 타사 제품과 연동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사물인터넷(IoT) 기술, 제품, 서비스가 제조업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줄 것으로 보고 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 아래 다양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D램과 낸드메모리, 각종 센서와 무선통신칩을 묶은 '아틱(Artik)'이라는 이름의 '시스템온칩스(SoCs)'를 공개하는가 하면 IoT 헬스케어 플랫폼인 '사미(SAMI)'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그랬듯이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IoT를 '넥스트 빅싱(next big thing)'으로 지목하고 있는 전 세계 개발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삼성은 "오는 2017년까지 전 제품의 90%, 2020년에는 100%가 IoT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IoT는 스마트가전, 스마트홈, 스마트그리드, 헬스케어, 지능형 차량 서비스 등 다양한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LG전자의 무기는 일반 가전제품도 스마트 가전으로 바꿔주는 IoT 센서 '스마트씽큐 센서'다. 지름 4㎝의 원형 센서만 부착하면 일반 냉장고, 세탁기라도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퀄컴이 주도하는 IoT 동맹 '올조인(Alljoyn)'에 가세한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5에서 올조인을 적용한 광파오븐과 에어컨도 선보인 바 있다.

각종 센서를 탑재한 스위치·도어록 등을 연동시킨 서비스도 이미 현실화됐다. 또 다른 LG 그룹사인 LG유플러스는 'IoT앳홈'으로 국내 IoT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문열림 감지기, IoT 스위치, 스마트 도어록, 스마트 가스록,스마트 에너지미터, 애완동물용 자동급식기 등 다양한 상품을 골라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IoT 허브, 열림감지 센서, 스마트플러그, 스마트미터, 가스록을 엮은 무제한 안심팩은 월 요금 7,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7월 IoT앳홈 서비스를 출시한 후 최근 가입자 수가 3만 회선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IoT의 핵심은 사물 간의 연결이다. 전자ㆍ정보기술(IT)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도 IoT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경계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로 자동차를 제어하는 '스마트카' 또는 '커넥티드카'를 넘어서 무인자동차의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구글·메르세데스벤츠·도요타 등이 무인자동차 상용화 시기를 2020년 전후로 예상하는 가운데 현대ㆍ기아자동차는 각각 '블루링크'와 '유보'를 통해 스마트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IT 업계와의 합종연횡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는 5월 구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드로이드 오토'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쏘나타'에 세계 최초로 적용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LG전자 등은 커넥트카 시대의 자동차부품 시장을 겨냥해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자동차부품을 담당하는 VC사업부를 올 들어 독립사업부로 승격시켰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개발에 동참하게 되면서 자동차부품 사업의 날개를 폈다는 평가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VC사업부 매출액이 내년 2조2,0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하는 등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양산업'이 IoT와 만나 최첨단산업으로 재탄생하는 사례도 기대된다. SK텔레콤 등이 시범 운영하는 '스마트팜'은 농업의 변신을 노리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 내의 온도ㆍ습도를 조절하고 작물에 물을 주는 등 농사의 패러다임이 달라지는 셈이다. 낡은 업종인 '건물관리' 역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같은 IoT 솔루션과 만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주는 첨단사업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LG경제연구원은 "사물인터넷이 기존 제조업에 접목됨으로써 생산성 증가와 비용 절감, 제조업 전반의 가치창출 과정 자체를 혁신할 수 있다"며 IoT '산업 4.0'의 주역으로 주목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과 인도 등이 정부 차원에서 IoT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어 한국이 이 분야에서도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고전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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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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