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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손잡고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신개념 프린터 판매망을 개척한다. 프린터사업부의 영업 경쟁력을 키우는 게 당면목표지만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열려 있는 IoT 생태계' 전략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프린팅솔루션사업부는 이달 초 아마존이 발표한 DRS(Dash Replenishment Service) 시스템에 참여했다. DRS는 가전기기에 필요한 소모품의 양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이를 센서로 파악해 아마존에서 자동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DRS 시스템을 통해 자동 보충되는 소모품으로는 프린터 토너와 세탁세제, 커피 원두 같은 것들이 있다. 1일(현지시간) 기준 프린터 분야는 삼성전자와 브러더, 세탁기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월풀 등 글로벌 가전기업 총 11곳이 DRS 시스템에 참여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말 DRS의 초기 형태인 '대시버튼'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글로벌 가전기업을 협력사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며 IoT 서비스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RS 시스템을 프린터 모델 4종에 우선 적용해 이달 말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한 뒤 점차 적용 대상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oT 기반의 판매망을 활용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용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프린터 상태를 항상 최적화시켜 프린터사업부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프린터 외에 다른 삼성전자의 가전에도 DRS 시스템을 적용할지 여부는 검토되고 있지 않다.
이 같은 혁신적 IoT 기술을 활용한 판매망 확충은 글로벌 프린터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선도기업과의 격차를 단숨에 좁히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업간거래(B2B) 비중이 압도적인 프린터 시장은 엡손·후지제록스 같은 기존 강자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모바일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프린터 사업에 접목해 스마트기기와 연동 가능한 제품을 발 빠르게 내놓는 방식으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아마존과의 협업을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IoT 생태계 구축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소프트웨어와 스마트 기기부터 생활가전까지 광범위한 사업군을 갖춘 삼성전자는 이 같은 장점을 십분 활용해 개방적이면서도 이원화된 IoT 생태계 구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으로 아마존·SK텔레콤 같은 기업들이 삼성전자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IoT 서비스 비즈니스를 자유롭게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첫 번째 트랙이다. 두 번째 트랙은 삼성이 인수한 스마트씽스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타사 가전과 연동되는 IoT 서비스를 전개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 스마트씽스 플랫폼은 삼성전자 가전은 물론 보스(스피커)·오스람(전등)·허니웰(카메라)처럼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홍원표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 사장은 최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플랫폼을 개방하고 업계를 넘어 협업하며 인간을 기술보다 중심에 놓는 것이 삼성 IoT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