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스무살 BIFF, 트랜스 미디어 시대를 말하다

미디어시대 변화에 발맞춰









아시아필름마켓 스케치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안필름마켓의 전경. 스무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올해 10회째를 맞는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완성 영화 필름만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형태가 있는 모든 저작권물을 거래하는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E-IP) 마켓을 시범 운영했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웹툰으로 태어났던 직장인들의 이야기 '미생'은 2013년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웹 드라마 '미생-프리퀼'로 선을 보인 후 2014년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만났고, '미생물'이라는 패러디 드라마로까지 재탄생했다. 잘 만든 하나의 이야기는 미디어만 넘나드는 게 아니라 지역의 경계도 무너뜨린다. 2014년 86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20세여, 다시 한 번'이라는 이름으로 현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베트남 버전인 '내가 니 할매다'가 개봉할 예정이며 앞으로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버전까지 만들 것이라는 게 투자배급사 CJ E&M의 계획이다.

영화는 스크린에서, 드라마는 TV로만 소비하던 시대는 끝났다. 만화가 영화가 되고, 영화가 다시 드라마가 되는 '트랜스 미디어(미디어 간의 경계를 넘어 서로 결합·융합되는 현상)'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스무 살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플랫폼별 재생산이 가능한 모든 원 저작물에 대한 이용권리를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E-IP)'이라 이름 짓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세계 최초로 시범 운영한 것 또한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춘 변화였다. 마켓 운영 기간이었던 지난 3~6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 모인 영상·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 같은 트랜스 미디어 시대에 승기를 잡기 위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원천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3일 열린 'E-IP' 포럼에 참석한 최재원 위더스 필름 대표(워너브러더스 한국 제작 총괄)는 "지금은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 회사들이 자체 영상 제작 스튜디오를 차리고, 영화 제작사들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서로 주도권을 얻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창작자와 유통(미디어) 간의 경쟁이 심화 되는 셈인데 결국 창작과 스토리라는 본질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영화 사업에 뛰어든 텐센트픽쳐스 측 또한 다양한 원천 스토리를 얻기 위해 문학 작가 등의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쳉 텐센트픽쳐스 대표는 "인터넷 하에서 이야기를 가공, 다른 형태의 지재권으로 탈바꿈함으로써 더 큰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게 텐센트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창작자의 힘이 커진다고 해서 유통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정태성 CJ E&M 영화부문 대표는 하나의 원천 스토리를 지역별 정서에 맞게 각색해 선보이는 '원 소스 멀티 테리터리(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에 대해 설명하며 "소스(IP)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영화·드라마·음악 등 어떤 플랫폼을 가장 먼저 택할지, 그리고 어떤 순서로 가져갈 지에 대한 전략을 긴밀히 세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BIFF가 단순히 완성 영화를 판매하는 필름마켓을 넘어 E-IP 시장을 운영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최재원 대표는 "지금까지는 가능성 있는 원천 소스가 그대로 묻혀 버리거나 개인의 네트워크 상에서만 발견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그것을 공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다만 그 아이디어를 구매·판매하는 가격을 어느 정도 선에서 결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경험이 쌓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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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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