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미세먼지 마케팅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지구촌을 휩쓸던 때의 일이다. 당시 중국과 홍콩에서는 수많은 환자들이 발생했지만 한국은 무풍지대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김치의 효능이었다. 평소 김치를 즐겨 먹는 한국인들은 사스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김치를 세계에 알리겠다며 '김치 전사'가 온갖 세균을 물리치는 홍보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김치를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바람에 오히려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섣부른 마케팅 활동이 부른 실패작이었다.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업체들의 마케팅 전쟁도 뜨겁다. 마스크나 피부 보호 화장품, 선글라스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폐는 물론 눈이나 피부 등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경각심을 가질 만하다. 미세먼지 속의 황산염과 질산염 같은 독성물질은 눈에 염증을 일으키고 스모그가 발생하면 안구건조증 발병률이 최대 40%나 급증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미세먼지 정보를 찾다 보면 결국에는 특정 제품의 홍보로 이어져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정체불명의 기관을 인용해 무슨 식품이 좋다거나 어떤 영양제를 먹어야 한다고 부추기는 식이다. 과도하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온라인에 범람하는 정보들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를 갖추지 못했을뿐더러 잘못된 정보를 주입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삼겹살만 해도 속설과 달리 지방성분 때문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미세먼지를 씻어내겠다며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안약도 마찬가지다. 일회용 제품은 개봉 후 즉시 사용해야 하지만 용량이 크다 보니 아깝다며 여러 차례 사용하다 보면 자칫 오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명서에는 개봉 후 12시간 안에 사용해야 한다고 명기돼 있지만 꼼꼼히 읽는 이들이 많지 않은 탓이다. 미세먼지를 물리치겠다며 애쓴 노력이 엉뚱한 화를 초래하는 셈이다. 미세먼지 마케팅이 쏟아질수록 옥석을 가리는 소비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때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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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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