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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의 사모펀드 투자

신경섭 삼정KPMG 재무자문 대표

신경섭 삼정KPMG 재무자문 대표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최근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홈플러스 인수뿐 아니라 최근 M&A 시장에서 1조원 넘는 '빅딜'은 PEF가 주도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넓게 보면 일반 국민도 대형 M&A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PEF의 주요 투자자가 연기금이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일반 국민이 납부하는 재원을 바탕으로 운용된다. 연기금을 납부하는 동시에 수혜를 받는 대상으로서 일반 국민도 투자 구조와 동향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대형 연기금의 투자 대상은 보통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전통투자(TI) 부문이고 다른 하나가 대체투자(AI)다. 전통투자는 상장 주식이나 채권과 같이 역사가 오래돼 유동성이 높은 투자 대상을 의미한다. 채권은 안정적인 고정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투자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도를 갖춘 국공채, 또는 회사채가 대상이 된다. 하지만 수익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상장 주식에 투자하게 되는데 위험도가 높지만 높은 전문성으로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 운용사를 선정해 분산 투자할 경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 역시 최근 상승세가 지지부진한 탓에 수익률이 시원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대체투자다. 크게 부동산과 인프라·PEF 등에 투자해 전통 투자에 비해 일반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부동산과 인프라는 실물투자라고도 부른다. 대형 오피스 빌딩과 유료 고속도로, 발전소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PEF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지만 그만큼 투자 위험도 적은 편이다.

PEF에 대한 투자는 위험도가 높지만 고수익을 제공한다. 미국 PEF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매각해 국내 M&A 시장에서 거액의 수익을 거두고 돌아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먹튀 논란'이 있지만 론스타에 돈을 맡긴 해외 연기금 입장에서는 대박을 친 투자 사례다. 이에 국내 연기금도 PEF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변화에 맞춰 이제 기업도 새롭게 움직여야 할 시기다. 우선 PEF를 중요한 자금원으로 고려해야 한다. 과거 은행을 통해 대출에 의존하던 때는 지났다. PEF는 은행 대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지만 기업의 가치를 올려 이익을 기존 주주와 나누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특별한 장점이 있다. 아울러 PEF에 의한 M&A가 늘어날수록 소유주(오너)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가 이사회 중심의 구조로 변경될 것이다. PEF의 기업 소유 비율이 늘어날수록 역량 있는 경영진과 이사회를 구성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확산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PEF에 기업을 매각한 후 거액의 현금을 확보한 개인이 중요한 자산운용 주체로 활동하며 금융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연기금의 PEF에 대한 투자가 앞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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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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