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10월 이후 2,030포인트선을 지루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추가 상승 동력의 부재 속에 밸류에이션 부담 등으로 공격적인 매수 주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장 참여자의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거래대금이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고 여러 기술적 지표 역시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탈출하기 버거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다만 변동성은 전에 비해 축소되고 있는 만큼 지나친 위축도 경계해야 한다.
국내 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는 것과 달리 해외 주요국 증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도 개선세를 보였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이슈에 적응력을 갖춘 해외 금융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요국의 기업실적 추이가 고점에서 꺾이는 모습이 관찰되는 등 저성장의 장기화가 기업의 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당장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해외 증시의 추가 상승 탄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해외 증시의 추가 상승 탄력이 제한되고 국내 증시가 밸류에이션 부담에 직면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와 같은 박스권 국면이 보다 연장될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과 경쟁 심화로 인해 기업의 이익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포스코·삼성화재 등 국내 주요기업이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과 같은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며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현대차의 배당확대 계획 발표와 포스코의 중간배당 결정 이후 삼성전자의 1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과 이익 잉여금 배당확대 발표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 대기업이 과거와 달리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현재 상황에서 강력한 증시 상승 동력이 나타나기 어렵고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펼치는 주체가 출현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개별 기업을 추려서 집중 투자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