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사진) 현대차그룹 회장과 기술진이 4년 넘게 공을 들인 최고급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EQ900'이 10일 베일을 벗었다. 항공기 1등석 시트와 최고급 소파를 직접 분해하고 전국 방방곡곡 둔턱을 넘으며 안락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EQ900'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이 포진한 고급 수입차 시장에서 '과시용 기능' 대신 '고객 감동'을 선택했다.
이날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EQ900' 사전 미디어 설명회에서 공개된 'EQ900'은 지난 4일 현대차가 선언한 글로벌 제네시스 브랜드 전략의 첫 단추다.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 담당 부회장은 "기존 대형 럭셔리 세단은 사회적 지휘 표현, 과시적 소비성향 등으로 과도한 사양을 담았다"며 "'EQ900'는 다른 초대형 럭셔리카와는 다른 방향성을 택해 외면이 아닌 내면의 만족을 내세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4년여간 1,200여명의 구슬땀을 흘린 'EQ900'는 기존 에쿠스 고객들의 불만 사항으로 꼽히던 내부 인테리어, 승차감, 외부 소음 등 3대 불만을 완전히 해소했다. △절제된 우아한 디자인 △항공기 1등석 시트처럼 안락한 승차감 △완벽에 가까운 소음 차단 등을 통해 "글로벌 럭셔리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아울러 최고출력 3.3 V6 터보엔진을 장착해 운전기사가 아닌 '직접'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최고 소재로 품격 높였다
'EQ900' 개발단계에서 접수된 가장 큰 불만 사항은 내부 인테리어가 경쟁 수입차에 비해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회사를 대표하는 최고급 세단에는 치명적인 지적이다. 'EQ900' 개발팀은 개발 목표를 '감동'으로 잡았다. 차에 탑승하는 순간 탑승객의 오감을 만족하는 감동을 주는 것이 1순위 목표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최고급 가죽 가공 브랜드인 '파수비오'와 협업해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제품인 메니 에닐린 가죽을 내장 소재로 택했다. 우드트림 역시 통나무를 깎아 만든 리얼 우드를 적용해 감성적인 만족도를 높이려 노력했다. 운전대를 감싸는 가죽도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가죽을 사용했다. 손이 자주 닿는 가죽 부위는 촉감이 뛰어나고 온도 변화가 적은 가죽을 적용했다.
'1등석' 고객처럼 편안하고 안전하게
정락 총괄PM 담당 부사장은 "최고의 승차감 구현하기 위해 보잉·에어버스 등 항공기 1등석 시트 해부해 집중 분석했다"며 " 최고급 소파인 노르웨이 에코르네스 스트레스리스 시트도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장거리 주행에도 전혀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실제 인간공학적 설계와 다양한 최첨단 시트 기술을 접목한 시트 시스템을 개발해 '모던 에르고 시트'라고 이름 붙였다. 항공기 1등석처럼 '원터치'만으로 릴렉스·독서·영상 등 다양한 모드로 변형이 가능하다. 벤츠 S클래스, 폭스바겐 기함 '페이톤'에 이어 전 세계 3번째로 독일 척추건강협회에서 척추 지지성 공인 인증을 받아 신체 조건별 최적의 자세를 유지하도록 했다. 특히 국내 모든 도로 위 방지 턱과 요철 등을 넘으며 승차감 보강을 위해 애썼다.
'초고장력강' 수입차 2배 사용
'EQ900'은 51.7% 수준의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안전성을 높였다. 기존 에쿠스(16.3%)의 약 3배, 경쟁 수입차(27%) 대비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초고장력 강판은 일반 강판 대비 무게는 10% 이상 가볍고 강도는 2배 이상 높아 차체를 튼튼히 만들고 주행성능을 향상시킨다. 또 외부 충격에 의한 차체 비틀림은 기존 모델 대비 181%, 벤츠 S클래스보다도 6%가량 뛰어나다. 이 밖에도 기존 후측방 경보 시스템 성능을 높인 '후측방 추돌회비 지원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적용해 차선 변경 시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막아주거나 운전자의 운전 패턴을 분석해 휴식을 권유하는 '부주의 운전경보' 등 첨단 안전 사양이 적용됐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뒷좌석의 편안함은 물론 람다 3.3 V6 터보 엔진을 장착해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 대신 직접 운전의 재미까지 더했다"며 "타우 5.0 V8 엔진을 장착한 최고급 모델을 제외하고는 기존 에쿠스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성=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