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제재 풀리는 이란시장 선점하자] "이란서 중동특수 다시 열어라"… 건설사 '수주 프로젝트' 시동

"中·印보다 기술력 높아 이란 신뢰도 높아"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사진
현대건설이 시공했던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 개발공사 4∼5단계 전경. 내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국내 건설 업계, 상사, 중소 수출 업체 등에 다양한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경제DB


"지난 7월부터는 테헤란에 있는 5성급 호텔 잡기가 어려워졌어요. 한국뿐 아니라 독일·프랑스·일본·미국 기업 관계자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발주처와 바이어들을 만나고 비즈니스 기회 찾기에 한창입니다."

김승욱 KOTRA 테헤란관장이 전하는 요즘 이란 수도 테헤란의 분위기다.

제재가 아직 풀린 것은 아니어서 이란의 실물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지만 테헤란 현지는 제재 해제 이후 생길 비즈니스 기회를 노리는 외국인 발길로 북적이고 있다.

국내 기업 역시 이란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한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서방의 이란 경제 제재 해제 시기를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로 기대한다.

이란 시장이 재개방될 경우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건설 업계는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현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발주전략을 수립하는 등 수주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예전 사우스파 시공 당시 이란 현지에 기반을 닦아놓았기 때문에 그동안 영업 네트워크를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었다"며 "제재가 풀리면 다시 적극적으로 이란 시장 재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이란에서 사우스파 가스 플랜트 9~10단계 공사를 완공했으며 이후 연계 공사인 6~8단계도 수주했지만 경제 제재로 계약이 무산된 바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란 시장 신규 진출을 위해 현지 지사 설립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이란 지사를 중심으로 제재 이후 사업성과 진출 전략 등을 검토 중이다.

건설 업계가 이란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 수주가 급감하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빗장이 풀릴 이란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 건설사들에 한때 6위의 해외 수주 시장이었던 이란은 2011년 미국의 이란 핵 관련 경제 제재가 시작된 후 수주액이 급전직하했다. 4월 이란과 서방 주요6개국(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의 핵협상이 타결되고 이후 이란 정부가 내년 총 1,600억달러, 45개의 대규모 플랜트·인프라 공사 발주를 예고한 상태다.

건설 업계는 이란 제재가 풀릴 경우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의 신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사이트가 추정한 올해 이란 건설 시장 규모는 681억달러다. 권명광 해외건설협회 지역2실 팀장은 "이란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유망 분야는 원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라며 "이란 정부는 제재가 풀리면 우선 노후한 석유·가스 플랜트 개선 사업에 나선 뒤 순차적으로 석유·가스 신규 플랜트와 토목·인프라 공사 등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 건설 시장에는 경제제재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 기업들의 진출이 막힌 가운데 중국·러시아·인도 기업들이 제재와 상관없이 꾸준히 활동하며 이란 발주처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 시장에 재진입할 경우 중국·인도 기업과의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권 팀장은 "이란 시장은 관계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란 발주처는 과거 이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공한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서 "더구나 이란이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것은 기술력인데 기술은 우리가 중국 및 인도 업체보다 낫다"고 설명했다.

건설 업계 관계자도 "최근 이란 컨설팅 업체 대표를 만나 보니 그동안 경제 제재로 선택이 제한돼 중국·인도·러시아 업체들과 일을 했지만 제재가 풀리면 굳이 이들 기업과 일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상사 업계도 이란의 경제 빗장이 풀리면 다양한 사업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고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공사가 시작되면 철강·건자재 등 산업재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제재가 풀리면 이란산 자원 수출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철강 및 화학제품 수출, 삼국 간 원래 소싱을 적극 수출할 것"이라며 "또 기계 인프라 및 플랜트 증설 오거나이징 프로젝트 참여 기회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상사 관계자는 "자원개발 및 산업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재 트레이딩 등의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 전자 업체, 병원 업계에서도 이란 시장이 개방되면 다양한 사업 기회가 예상돼 관련 업체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달 초 KOTRA가 이란 현지에서 연 산업전시회 한국관 행사에 국내 중소기업 15곳이 참여해 현지 바이어들과 상담했다. 또 다음달에는 KOTRA가 이란 진출에 관심 있는 플랜트 관련 업체 20곳을 초청, 현지 발주처 관계자들의 미팅을 주선하는 행사도 예정돼 있다.

김 관장은 "그동안은 국내 수출기업들이 이란에서 행사를 열어도 관심이 저조했으나 최근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이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시장조사 및 현지 영업망 구축 등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이혜진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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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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