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가 선물로 주어졌다. 새해 첫날 영동고속도로는 일출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똑같은 해가 매일 떠오르지만 새해 첫날 일출에는 특별한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헬라인들은 시간을 두 가지 개념, 즉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로 구분해 생각했다. 물리적인 24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객관적·규칙적 시간이 크로노스라면 각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주관적·절대적 시간이 카이로스다. 신학자들은 크로노스를 땅의 시간, 카이로스를 하늘의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기업가 정신은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문제(Problem)와 변화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해결 방안(Solution)을 제공해 기회(Opportunity)를 실현하고 가치(Value)를 창출하는 과정(P-S-O-V)이다. 새로운 관점을 가진 기업가(entrepreneur)에게 이 기회가 특정한 시간에 찾아오기도 하고 기업가가 특정한 시기에 이 기회를 발견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크로노스의 관점에서 흘러가는 대로 세상을 바라볼 때 기업가는 결정적 시점에 카이로스의 시간을 잡고 기회를 건져 올린다. 기회의 창이 열려 있을 때,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게, 기회를 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다.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기업가의 몫이고 사업 성공의 열쇠다.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가 시기에 잘 맞아야 하고 고객 니즈에 부합해야 하고 환경의 변화와 방향을 같이해야 한다.
시간은 경영의 매우 중요한 자원이자 대상이다. 이제는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뿐 아니라 시간 활용 방식을 변화시켜 적극적으로 기업문화를 바꾸고 혁신을 유도하기도 한다. 과거 삼성그룹의 7-4제(오전7시 출근 오후4시 퇴근) 도입이나 여러 기업이 이미 활용하고 있는 플렉시블 타임제가 예다.
물리적인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활동이 '크로노스 관점의 시간관리'라면 목적을 가지고 결정적인 순간에 적극적으로 변화에 반응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건져 올리고 가치를 추구하는 노력은 '카이로스 관점의 시간경영'이다. 카이로스 시간경영은 때를 아는 것이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나아갈 때가 있고 물러설 때가 있고, 얻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다. 기업경영은 이 '때' 안에서 이뤄진다.
그렇다면 카이로스 시간경영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기업가는 흘러가는 시간을 일상적 반복 과정의 관점이 아닌 특별한 목적의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나는 왜 사업을 하고 일을 하는가. 그 근원적 관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성장 과정에는 크로노스 시간의 연속성 위에 카이로스 시간의 불연속성이 가미돼야 한다. 기업가는 늘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
아울러 크로노스 시간경영은 스피드('빨리')를 주로 추구하지만 카이로스 시간경영은 남보다 '먼저' 시작하고 기회가 열린 '제때' 실행하고 시장 반응에 대응해 더 '자주' 혁신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카이로스 시간경영이 기업에서 성과를 얻으려면 이처럼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TIME(시간)'은 'TIM(Technology Innovation Management·기술혁신경영)'과 'E(Entrepreneurship·기업가 정신)'로 구성돼 있다.
2016년 새해 벽두에 저성장, 무역 규모 감소 등 우울한 이야기가 많다. 그렇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마냥 떠다니기보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격차·부족·결핍·불편을 인지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기업가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날 수 있다. 기업가 정신이 강한 기업가가 하늘의 이치와 세상의 변화와 교감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나아갈 때 카이로스 시간경영은 때에 맞게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배종태 KAIST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