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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와 풍경화가 등장한 지난 19세기 말은 산업화와 그에 따른 도시화가 한창이었기에 자연 풍경이 점차 사라지던 시기였는데 도시인이던 파리의 인상파 화가들이 시대에 '역류'하듯 도시문화의 반전처럼 풍경을 그린 것은 아주 흥미로운 아이러니입니다."
지난 5일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 특별전이 한창인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을 찾은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인상주의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주목해 작품에 접근했다. 양 교수는 "풍경화를 인상주의의 핵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더 크게 보자면 풍경화의 등장은 '역사적 대반전'이었다"며 "인상주의 이전 서양미술사에서 늘 뒤에 있는 배경에 불과하던 풍경이 그림의 앞으로 나와 주목받게 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꿰뚫고 있는 양 교수가 전시작 가운데 유독 감탄한 작품은 클로드 모네의 '베퇴유에서 바라본 봄 풍경'. 그는 "갈필(渴筆·물감을 적게 사용한 붓질)을 써 일필휘지로 나무의 흔들리는 느낌을 살리고 그 위에 수천 번의 붓 터치로 잎을 그려 속도감을 보여줬다"며 "갈필을 사용한 것은 야외에서 그리는 그림이 빨리 말라야 계속해서 그릴 수 있기 때문인데 자연에서 벌어진 바람과 열기 같은 현장감이 거의 완벽할 정도로 살아 있어 아마도 95%는 야외에서 완성한 작품일 것"이라고 극찬했다. 또한 모네의 '팔레즈의 안갯속 집'을 두고는 "이런 섬세한 붓 터치를 사진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만큼 꼭 전시장에서 직접 봐야만 깊고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상파를 가리켜 "세상을 다르게 보는 에너지를 준 화가들"이라고 평한 양 교수는 "이전의 미술이 이성을 강조해 형태를 중시한 까닭에 억제됐던 본능의 색(色)을 일깨운 사람들"이라고 업적을 설명했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당시 최신 교통수단이던 기차를 타고 도시를 이동하며 새롭게 등장한 유럽의 여가문화에 물감 튜브의 발명으로 휴대가 간단해진 화구들을 들고 다니며 야외 현장에서 그림을 그렸기에 "인상파는 새로운 변화의 문물과 문화를 고스란히 흡수해 그림으로 낳은 작가들"이라고 덧붙였다.
알프레드 시슬레와 모네,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에두아르 마네, 폴 세잔 등의 작품을 꼼꼼하게 짚으며 본 양 교수는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야수파와 나비파'의 피에르 보나르 그림 앞에서 "색채의 환상성이 극대화돼 몽롱한 환상성을 보여준 상징주의 작품에서는 세기말적 분위기도 풍기는데 우리 화가로 비교하자면 현재 심사정(1707~1769) 같은 느낌까지 든다"며 관람을 마무리했다. 전시는 오는 4월3일까지 이어진다. 1588-2618.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