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미국 뉴욕타임스에 '특별한 기고문'이 하나 실렸다. "한 달 전,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중략) 하지만 내 운은 다했다. 몇 주 전 암이 간으로 전이된 것을 알았다." 신문을 통해 자신의 시한부 선고를 공개한 주인공은 미국의 의학자요, 환자들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소생'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 올리버 색스다. 그는 같은 해 8월 14일자 뉴욕타임스에 마지막이 된 기고문을 남기고 30일 눈을 감았다.
색스가 세상과 작별하기 넉달 전, 바로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됐다. 열 네 살 소년 시절부터 쓰기 시작한 1,000권의 일기를 원고로 한 그의 자서전이자 회고록이다.
책은 모터사이클과 속도에 집착했던 젊은 시절 색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신경학의 모든 것과 세상의 모든 것을 일종의 모험으로 여긴, 기존 의학체계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유형의 '진짜 환자'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륙과 대양을 넘나들었던 그야말로 '온 더 무브'(on the move)의 삶. 그 궤적을 짚어가는 여정의 '당연한 출발점'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색스는 동성애자이자 약물중독자였다. 그는 어머니에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들킨 후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가혹한 말에 상처를 입는다. 실연의 아픔을 잊고자 마약에 의존해 4년간 의사이자 중독자로 살기도 했다. 색스는 이 존재의 연약함에서부터 생명의 문을 활짝 열어 젖힌다. 자신의 결핍과 결함을 환자들의 그것과 동일시했다.
"뭔가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 환자, 나도 모르던 내 감정을 일깨우고 새로운 흐름의 사고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환자는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솔직함과 유머로 써 내려간 글은 '의학계의 시인' 색스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선물이다.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의식 있는 존재,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아온 사실 자체가 크나 큰 특권이자 모험이었다."(뉴욕타임스 기고문 中) 비록 이 행성을 떠났지만, 색스와 세상의 '의미 있는 소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