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노총, 노동개혁 팽개치고 정치판 기웃거릴 건가

한국노총이 기어코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할 모양이다. 한노총은 새해 들어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와 신년인사회에 연거푸 불참해 우려를 키우더니 다음주에 열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공식 선언하고 반노동자 정당 심판과 법률 소송 등 대정부 강경투쟁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한노총이 대타협 백지화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문제 등 2대 행정지침이다. 정부가 약속과 달리 '쉬운 해고'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합의를 파기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 지침을 살펴보면 해고규정을 지나치게 세세하게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해고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기업들이 해고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다며 거세게 반발할 정도다. 이런데도 한노총이 수개월째 노사정위의 토론절차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애써 마련된 대화의 장을 걷어차 버린다면 국민의 거센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한노총과 민노총의 움직임이다. 양대 노총의 강경세력은 8일 "대타협 파기 선언에 그치지 말고 더욱 크고 강력한 투쟁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반노동자 정당과 정권에 대한 총선 심판에 나서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전체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양대 노총이 표심에 목을 매는 정치 포퓰리즘과 결탁해 자신들의 기득권이나 지키겠다는 뻔한 속셈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선거철만 되면 노동계 인사들이 정치권을 기웃거리며 순수한 노동운동을 입신양명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연초부터 한국 경제가 갖가지 대외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노총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동참하기는커녕 정치 바람에 편승해 조직 보호와 기득권 챙기기에 몰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김동만 한노총 위원장은 이제라도 '청년 일자리와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지난해 대타협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청년단체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개혁 입법을 막은 정치인들에 대해 낙선운동이라도 하고 싶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노총이 투쟁의 길을 선택한다면 그 화살은 조만간 양대 노총으로 대변되는 귀족노조에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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