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중국, 북핵대응 강경서 북한으로 기울어… 한국과 시각차

박근혜 정부 '톈안먼 망루 외교' 시험대에 서

美, 입항제한·금융제재 등 안보리 초안 작성

중국 반대 탓 원유공급 중단은 포함 안될 듯

지난 6일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북한 선박의 입항 제한과 금융제재 등을 골자로 한 제재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초안을 기안하고 있다고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초안에는 북한 선박이 전 세계 항구에 입항하는 것을 부분적으로 금지해 북한의 교역을 끊는 조치를 포함한 무역·금융제재 등이 담겼다. 과거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기업이나 금융기관에도 제재를 가한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수준의 강력한 금융제재도 검토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2005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자금이 예치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해 제재를 가해 당시 BDA에 예치된 북한 자금을 동결시켜 북한을 상당히 압박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對)북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최고 수준의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NYT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NYT에 "원유공급 제재를 결의안에 포함했다가는 중국이 전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우려가 있다"면서 "중국과 아예 처음부터 얘기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원유를 끊으면 북한 정권이 붕괴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중국은 한국 및 동맹국 미국과 접경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원유공급의 90%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 상당한 당혹감과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 쪽으로 기우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례적으로 핵실험 당일(6일) 주중 북한대사가 참석한 외교 만찬장에서 북한을 비판했고 7일 발표한 외교부 성명에서는 북한의 도발 때마다 들어가던 '각국의 냉정한 대응을 호소'하는 문구가 처음으로 빠졌다.

그러나 8일 6자회담 한중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특별사무대표 간 전화통화에서 황 본부장은 북핵 문제에 대해 '이전과는 차별화된 강력한 대응'을 강조한 반면 우 대표는 '합당한 대응'을 언급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중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한 추가 제재에는 기본적으로 협조하되 과도한 고강도 제재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전화통화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응해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안보리에서의 대북 추가 제재 논의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 부장의 전화통화도 북한 핵실험 이틀 만인 8일 저녁이 되어서야 성사되는 등 소통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윤 장관은 원래 하루 전날인 7일 왕 부장과 통화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 사정으로 8일 오후7시로 변경됐다가 재차 8시로 연기됐다. 중국이 향후 대응방안을 정리하는 데 고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남북한을 포함한 주변국 정상 등 누구와도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관계를 강조해온 우리 정부의 외교력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정부는 한반도 안보와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중국 경사'라는 오해를 받아가면서 중국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에는 북한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끌어낼 차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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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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