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은행-무보 불신에… 해외 SOC투자 준비 삐걱

금융사 해외사업 활성화 위한 21억弗 규모 해외 SOC펀드

"조성 합의" 반년 지났지만 답보

은행 "보험방식으론 자금 못대"… 무보 "기존 보험상품 문제없어"

사진교체부탁드립니다.무보은행
지난해 8월 임종룡(오른쪽 네번째) 금융위원장과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 및 시중은행장들이 해외 SOC 금융 지원 협약을 맺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계기로 아시아 사회간접자본(SOC)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에 대비해야 할 시중은행과 무역보험공사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서 해외 SOC 투자 준비가 삐걱대고 있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해외사업 활성화 지원방안'을 통해 내놓은 핵심 정책인 21억달러 규모의 해외 SOC 펀드 조성이 관련 기관 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KEB하나 등 6개 시중은행과 무보가 금융위의 해외 사업 활성화 지원 방안에 따라 '해외 SOC 펀드' 금융 지원 협약을 맺었으나 이후 반년에 가깝게 구체적 실무 협약을 만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자칫 원금을 떼일 수도 있는 '보험' 방식인 현재의 조건으로는 해외 SOC 사업에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 반해 무보는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무리 없이 이용하는 기존의 중장기 보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 SOC 펀드는 총 21억달러 규모로 조성되며 해외 SOC 프로젝트에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대출하고 무보가 보험상품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AIIB 출범으로 국내 건설사 등의 아시아 SOC 프로젝트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들이 공동 대출을 통해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는 한편 은행 자체적으로도 해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시중은행들은 해외 SOC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험과 전문인력이 거의 없던데다 대출 금리도 글로벌 은행에 비해 높아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었다. 이 같은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과 무보 간의 정책적 협업 체계를 만들었으나 이것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과 무보 간의 신뢰 관계가 깨진 것이 해외 SOC 펀드가 혼선을 빚는 결정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모뉴엘의 사기 수출 사건 당시 무보가 은행들이 가입했던 단기수출보험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은행과 소송전으로 치달은 후 은행권에서 무보의 보험상품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악화한 상태다. 해외 SOC 펀드를 뒷받침하는 무보의 보험은 '중장기수출보험'과 '해외사업금융보험'으로 모뉴엘 사건 당시의 단기수출보험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은행들은 리스크를 정책금융기관이 직접 짊어지는 '보증' 방식이 아니고서는 투자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은 "무보의 업무 처리 방식이나 행태를 보면 무보만 믿고 은행들이 해외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은행 여신부서의 공통적 생각"이라며 "단순히 생각해봐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을 고객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한 IB 담당 임원은 "IB 부서에서 무보의 보험을 담보로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안건을 올려도 은행 여신의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여신협의회가 무보의 보험을 담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무보는 국내 은행들이 지나치게 리스크에 민감한 것일 뿐 현행 중장기 보험상품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무보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근 중장기 보험의 약관을 개선해 보험금 거절 사유나 보험 계약자의 의무 등을 명확하게 했다"며 "특히 해외 SOC 프로젝트는 건별로 발주처와 은행 무보 등이 금융계약서를 함께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단순히 무보에 모든 책임을 지우면서 자금을 대려는 은행들의 소극적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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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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