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유일호 경제팀 출범] "다가온 선거시즌… 경제정책, 정치에 왜곡되지 않게 하라"

전임 경제수장들의 고언

'돈푸는 부양' 유혹 뿌리치고 경제체질개선 집중

4대개혁 구호만 앞세우지 말고 타깃 명확히 해야

노동개혁, 밀어붙이기 대신 국민공감대 확보 먼저

규제개혁 강도 印의 5분의1 그쳐… 규제 더 풀어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앞서 경제수장을 지낸 선배들은 "오는 4월 총선을 시작으로 내년 말 대선 등 '선거의 계절'이 시작됐다"며 "시장원리에 철저히 입각해야 할 '정책'이 '정치'에 의해 왜곡되지 않게 하라"고 주문했다. 선거 때가 되면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거나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로 구조개혁의 추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정치인 출신인 유 후보자 특성상 유혹에 흔들리기 쉬우므로 이를 과감히 뿌리치라는 것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변화가 시급할 때이므로 경제성장률 3% 달성에 목매지 말고 구조개혁에 정책역량을 집중하라는 지적이다.

유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정권(이명박 정부) 후반기에 기재부 장관직을 수행한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은 "정권 후반부에 취임하면 총선이 있고 대선과도 맞닿아 (경기부양 등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와 경기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이론도 있다"며 "물론 경기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 일정에 맞춰 과도하게 돈을 푸는 등의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완 전 장관은 "한 정권에 한정된 정책이 아닌, 연속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김대중 정부)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질 것"이라며 "재정학자로서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유 후보자의 신조를 지키며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유 후보자는 11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제정책의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전임 경제 사령탑들은 구조개혁도 이구동성으로 주문했다.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이명박 정부)은 "정권 후반기이므로 새로운 정책을 펴기보다는 4대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며 "성장률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은 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바꿀 때"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개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개혁할 것인지 타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4대 개혁은 줄기차게 외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어떤 과제를 개혁할 것인지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게 윤 전 장관의 평가다. 그는 "금융개혁은 조금 진전이 있는 것 같지만 교육·노동·공공 부문은 미진하다"며 "구체적인 타깃이 없다 보니 국회 등 이해당사자의 주장에 흔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구조개혁 가운데서도 노동개혁의 시급성을 꼽는 전직 경제수장들이 많았다. 강봉균 전 장관은 "노동개혁은 협상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최경환 부총리식 밀어붙이기는 통하지 않는다"며 "상대방을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그 과정을 국민에게 다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내 여론을 형성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재완 전 장관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TINA)'식의 결기를 다져 노동개혁 입법 등 구조개혁을 포기하지 말고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처 전 총리는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개혁 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고 외쳐 '미세스 티나'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권오규 전 부총리는 "국회에 제출된 노동개혁 5대 법안은 노동개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며 "하루빨리 통과시키고 추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규제 완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오규 전 부총리는 "우리가 규제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추진하는 강도에 비하면 5분의1에 지나지 않는다"며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재완 전 장관도 "이제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화 시대의 성장전략은 끝났다"며 "'관청에 기업인들이 드나들 필요가 없게 하겠다'는 각오로 민간이 자유롭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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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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