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팽이



팽이-최문자 作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하나님,

팽이 치러 나오세요

무명 타래 엮은 줄로 나를 챙챙 감았다가

얼음판 위에 휙 내던지고, 괜찮아요

심장을 퍽퍽 갈기세요

죽었다가도 일어설게요

뺨을 맞고 하얘진 얼굴로

아무 기둥도 없이 서 있는

이게,

선 줄 알면

다시 쓰러지는 이게

제 사랑입니다 하나님



나무의 꿈이 팽이였겠습니까마는, 나는 잘려서 팽이가 되었습니다. 나무일 적에는 혼자 서 있었습니다마는, 팽이가 되고부터 혼자 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목공은 나를 완성했다지만, 나는 불구가 되었습니다. 나는 이제 퍽퍽 얻어맞아야 비로소 내 이름으로 불립니다. 나는 돌아도 아프고, 쓰러져도 서럽습니다. 나는 이제야 나의 오만을 깨닫게 됩니다. 나무일 적부터 나는 혼자 서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태양과 바람과 비와 그 모든 당신들이 내 어깨를 부축해 주고 있던 걸 이제야 압니다. 세상이 꽁꽁 얼수록, 아프면 아플수록 나는 잘 돌고 있는 거라고 전합니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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