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핀테크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의 '조용한 핀테크'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쟁은행들이 써니뱅크나 위비뱅크·원큐뱅크 등 신규 모바일 서비스 출시나 기존 앱을 탈바꿈시키는 등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는 반면 국민은행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고객 편의성 증대라는 큰 흐름하에 핀테크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핀테크의 타깃이 개인금융 시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리테일 시장의 최강자 국민은행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다음달부터 기존 스마트 OTP(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 서비스에 공인인증서까지 탑재해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내놓은 스마트 OTP는 스마트폰과 OTP 플라스틱 카드를 접촉하기만 하면 일회용 비밀번호가 자동으로 입력되게 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서비스다. 단 기존 스마트 OTP 서비스 방식에서도 송금을 하려면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를 추가로 입력해야 했지만 다음달부터는 이러한 불편함도 사라지게 된다.
국민은행은 또 지난달에는 기존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KB스타뱅킹'의 이용자환경(UI)을 개편해 개선하는 한편 엔진을 교체해 구동 속도를 높였다. 오는 3월에는 국내 은행 최초로 자체 서버 기반의 입출금 알림 내역을 알려주는 앱을 내놓아 서비스 안정성은 물론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내실을 기하는 전략 성과는 수치로 나타난다. 국민은행이 두 달 전 온라인 전용으로 내놓은 '내 맘대로 적금'은 얼마 전 3만좌를 돌파한 데 이어 누적 금액도 200억원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묵직한 핀테크 전략은 탄탄한 고객 기반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온라인 기반의 국민은행 고객은 지난해 11월 2,000만명을 돌파했으며 한 달에 한 번 이상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국민은행의 활동 고객은 1,4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600만명이 스마트뱅킹 이용 고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실험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데 힘을 기울였다가 자칫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기존 고객 편의성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고객 접점이 가장 넓은 KB스타뱅킹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공을 들일 계획으로 별도 모바일 앱 출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또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용자 중심의 핀테크 전략을 주문하며 관련 부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미래채널본부를 그룹으로 승격시키고 지주 산하에서 미래금융부를 신설하는 등 핀테크가 윤종규 2기 체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국민은행의 이 같은 전략을 주시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금융개혁 성과 차원에서 각 은행들이 핀테크와 관련한 요란한 홍보에 공을 들이는 반면 국민은행의 핀테크 전략은 신중함이 느껴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