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 중 한 곳인 A사는 이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8일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대에 진입, 최근 26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재고평가손실이 늘어난 탓이다. 재고평가손실은 정유사들이 수입해온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 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1, 2개월이 걸리는 시차 때문에 발생한다. 이 기간 동안 유가가 떨어지면 정유사들이 비축해둔 재고는 유가 하락분만큼 장부상 손실이 난 것으로 평가된다. 통상 유가가 1달러 떨어질 때 국내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은 700억원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정유사들도 최근의 유가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2014년 수준의 유가 급락이 아니라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없지만 국제유가가 10달러대까지 떨어진다는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는 만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4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국내 정유 4사는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대부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낸 경우였다.
다행히 이달 A사의 적자는 금방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제마진이 5년 만의 최고 수준인 배럴당 10달러대까지 오르면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A사의 한 관계자는 “1월에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은 높지만 정제마진이 좋아 1·4분기 누적 실적은 양호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제품으로 정제해 얻을 수 있는 수익으로 유가뿐만 아니라 제품 수요에 따라 움직인다. 최근 정제마진은 저유가에 따른 수요 증가로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배럴당 5.5달러였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12월 8.7달러까지 올랐으며 이달 둘째 주에는 10.2달러까지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정제마진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호황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도 따라붙는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장기적인 저성장과 저유가는 심각한 위협”이라며 사업구조·수익구조의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는 비(非)정유 신사업 육성에 골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넥슬렌 등 고부가가치 화학 사업과 배터리를 포함한 전자정보소재 사업, 해외 석유개발 사업을 주력 신사업으로 꼽고 있다. GS칼텍스는 바이오화학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S-OIL과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올레핀·혼합자일렌 같은 신사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