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공기관장 줄줄이 총선행, 인천공항 꼴 날라

공공기관장들이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줄줄이 사표를 내고 있다. 사퇴시한 하루 전날인 13일 현재 선거판에 뛰어들려고 임기 도중에 사퇴한 공공기관장이 8명에 이른다. 마감시한까지 눈치를 보는 사람도 있으니 총선행 열차를 타는 공공기관장 수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물론 공공기관장이라고 해서 선거판에 뛰어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임기 중간에 나가는 바람에 기업경영에 공백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경우 김성회 사장이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는데도 지난해 말 사표를 냈다. 다른 기관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경영에 전념하기보다는 잿밥, 정치판에 더 관심이 있었던 셈이다. 이러니 공공기관들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있겠는가. 경영 의지 부족에다 전문성마저 부족한 탓에 실적이 낙제점인 것은 불문가지다.

정피아 기관장이 있는 공공기관은 특혜 채용 의혹 등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영실적 평가를 해보면 대다수가 하위등급을 면치 못할 정도다. 철새 정치인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가 최근 수하물 대란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인천공항공사다. 2013년 6월에 취임한 정창수 전 사장은 9개월 만에 강원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오랜 경영 공백 후 2014년 10월 박완수 전 사장이 임명됐지만 그마저 임기 절반도 안 돼 총선 출마를 위해 그만뒀다. '세계 1위' 공항공사 사장 자리가 정치인 경력란 채우는 데 악용된 꼴이다. 이들 철새 기관장이 떠난 자리를 총선 낙천·낙선자들이 채울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 들려온다.

소문에 불과하기를 바란다.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부는 더 이상 공공기관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 14일부터 재공모에 들어간 한국석유공사, 막바지 공모절차 중인 중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공기업 3사의 사장 선임 결과가 공기업 개혁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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