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이하 아카데미)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 후보에 흑인감독의 영화와 흑인배우들이 ‘예외 없이’ 배제됐다. 이에 따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해시태크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백인중심적)라는 여론이 들끓을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카데미상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오른 20명 가운데 유색인종 배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에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실화를 담은 ‘셀마’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올해는 흑인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작품상 후보 문턱에도 오르지 못했다. 주목을 받았던 게리 그레이 감독의 ‘스트레이트 아우터 컴턴은 각본상 후보에만 간신히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특히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는 전부 백인 일색이다.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떠올랐던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Beasts of No Nation)에서 주연을 맡은 이드리스 엘바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게다가 ’크리드‘의 마이클 B. 조던, ’컨커션‘의 윌 스미스, ’헤이트풀 8‘의 새뮤얼 잭슨도 제외됐다. 지난해에도 ’셀마‘를 연출했던 흑인감독 에바 두버네이와 주연을 맡았던 데이비드 오옐로우가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서 빠져 공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카데미상 남녀 주연상을 흑인이 받은 것은 2002년 덴젤 워싱턴과 할리 베리가 공동 수상하고, 2005년 제이미 폭스가 전기 영화 ’레이‘로 받은 이후 지금껏 단 한 명도 없다. 앞서 아카데미가 지난 6월 신입 회원 322명을 받아들이면서 인종과 국가별 다양성을 강화했지만, 백인 심사위원들이 대세를 점하고 있는 판을 깨기는 여전히 역부족임이 드러났다. 실제로 올해 TV 아카데미상인 ’에미상‘이나 음악 아카데미상인 ’그래미상‘에서 유색인종들의 독무대가 됐다는 점에서 아카데미상의 배타성에 대한 비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