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최운열 서강대 명예교수 "퇴임 선물 필요없다, 장학금 함께 만들자"

정년퇴임 최운열 서강대 명예교수 제자들과 장학기금 마련

지도 제자모임 '열사모' 정기 약정

최 교수 퇴직금 일부 기증 통해 올 1월까지 1억4,000만원 모아

제자들과 함께 장학기금 만든 최운열 서강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퇴임 교수가 그를 지도교수로 둔 제자들로부터 선물과 논문집을 받는 대신 그들과 함께 장학기금을 조성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 7월 말 정년퇴임한 최운열(65·사진)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 그에게는 '열사모(최운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특별한 팬들이 있다. 그를 지도교수로 둔 제자들로 이뤄진 모임이다. 담임교사가 있는 초·중·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에서는 사제관계가 그리 끈끈하지 않은 점을 아쉬워해 그를 지도교수로 둔 학생들에게 제자 모임을 만들어 지속적인 교류를 할 것을 제안해 지난 1993년 만들어졌다.

17일 서강대에 따르면 최 교수는 지난해 퇴임을 앞두고 열사모 회원들과 뜻을 모아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제자들이 스승의 퇴임을 기념해 선물과 논문집을 준비하려 했지만 최 교수가 "나도 퇴직금 일부를 내겠으니 차라리 좋은 장학금 하나 만들자"고 제안해 만들졌다. 특히 큰 금액을 한 번에 모으기보다 많은 제자가 참여해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내는 장학기금을 만들자는 뜻을 밝혔고 이에 동의한 제자들이 모금에 나서 약정받은 금액과 최 교수가 내놓은 퇴직금 일부 등을 더하니 1억원가량이 모였다. 정기 모금의 경우 1계좌당 매달 1만원을 기준으로 하되 여건에 따라 한 사람이 여러 계좌를 약정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졸업생은 물론 대학원과 학부에 재학 중인 제자들까지 모금에 동참하면서 올해 1월 현재 약정액은 1억4,000만원까지 늘었다. 실제로 금액을 납부한 이들은 93명으로 지금까지 실제 걷힌 총액은 9,500만원. 열사모는 장학기금을 확대하고자 경영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소액기부 약정을 권유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장학금 수혜자는 열사모가 2학년생 중 신청자를 받아 심사하고 매년 2명을 선정한다. 경제사정과 1학년 성적을 토대로 뽑아 졸업할 때까지 전액장학금을 준다.

장학금 수혜자가 퇴임한 최 교수의 지도를 직접 받을 일은 없지만 이들도 열사모 회원으로 가입하고 향후 장학기금 납부자로 참여하면서 최 교수와 새로운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최운열 교수 장학기금'의 첫 수혜자는 다음달 탄생할 예정이다.

최 교수의 후학들은 그를 '어린 제자들의 개인적 고민까지 스스럼없이 들어주는 존경스러운 어른'으로 기억했다. 취업 문제부터 일상사의 다양한 고민까지 성의 있게 들어주고 따뜻하게 조언하는 모습에 존경심을 느꼈고 강의 시작 전에 당시의 경제현안을 두고 학생들이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해 이론과 현실을 접목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한다.

/정혜진기자 made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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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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