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사회
사회일반
"할인금액까지 세 부과는 불합리" 관세기준 불확실성 해소 팔걷어
입력2016.01.18 20:07:06
수정
2016.01.18 20:07:06
| 정운상 율촌 관세팀장 |
|
| 이종혁 변호사 |
|
| 조정철 변호사 |
|
일본에 본사를 두고 국내에 제어기기 등을 공급하는 Y사는 지난 2013년 11월 관세청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과세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입찰을 통해 국내 거래처에 제품을 공급할 때 본사에서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들여왔던 것이 '비정상 할인'이라며 관세청이 3억4,470여 만원의 세금을 매긴 것이다. 이듬해 과세 규모는 더욱 커졌다. 관세청의 과세에 놀란 것은 Y사 뿐만이 아니었다. 해외에 본사를 두고 국내에서 영업하는 부품소재기업들은 대부분 국내 최종 고객의 입찰에 선정되기 위해 본사에서 특별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받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세청의 과세 논리는 이랬다. 본사에서 받는 가격 할인은 관세법 상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왜곡을 초래하는 조건 또는 사정'에 포함되는 만큼 할인받은 금액도 거래가격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상가격 100원인 제품을 60원에 수입하면 과거에는 60원에 대한 세금만 신고하면 됐지만 이제는 60원에 샀더라도 100원에 해당하는 관세를 내야 하는 식이다. 관세청은 이전까지 특별할인 가격에 과세를 하지 않았던 만큼 새로운 과세 기준이 원칙으로 굳어진다면 다수의 외국계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업계에서는 "전세계에서 특별할인에 관세를 부과하는 곳은 한국 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까지 터져나왔다.
Y사의 소송은 법무법인 율촌의 관세팀이 맡게 됐다. 율촌 관세팀은 국내 관세법의 모태가 된 세계무역기구(WTO) 평가협정 해설서를 바탕으로 "관세법 상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나 사정은 보상판매나 끼워팔기 같은 대가관계가 결부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며 "WTO 평가협정을 확대해석해 세상만사의 요인을 모두 '조건이나 사정'으로 본다면 관세법의 근간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이흥구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Y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수출입 당사자의 영업실적이나 사업계획 등 여러 조건이나 사정이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조건이나 사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지 않으면 거의 모든 무역거래에서 거래 가격이 부인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며 "특별할인 가격은 왜곡되지 않은 통상의 거래가격"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이 판결에 항소해 사건은 다시 부산고법으로 넘어갔지만, 이같은 1심 판결은 수입업계의 특별가격할인에 대한 관세 기준을 판단한 첫 사례가 됐다.
율촌은 이번 판결이 과세 기준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글로벌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관세법을 WTO 평가협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석함으로써 통상분쟁의 위험도 해소했다고 보고 있다. 정운상 율촌 관세팀장(관세사)은 "국내 수요처들도 적정한 가격으로 해외 제품 공급받을 수 있게 돼 국내 산업계에도 의미있는 판결"이라며 "같은 건으로 과세를 받은 수입업체는 경정청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김흥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