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은 미뤄졌지만 빠른 진화 속도를 보여준 경기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한국군단의 '기대주' 김시우(21·CJ오쇼핑)가 소니 오픈에서 자신의 최고 성적을 내며 '돌풍'을 예고했다. 김시우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7,044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6언더파 264타를 기록, 단독 4위를 차지했다.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오른 파비안 고메스(37·아르헨티나·20언더파)에는 4타가 부족했다. 이번은 김시우의 정규 투어 통산 14번째 출전이었다.
20세6개월인 김시우의 우승 가능성에 미국 현지 매체들도 관심을 보였으나 아쉽게 무산됐다. PGA 투어 사상 만 20세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는 조던 스피스, 타이거 우즈, 필 미컬슨, 로리 매킬로이 등을 포함해 12명에 불과하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인 김시우는 17세5개월이던 2012년 말 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 역대 최연소로 합격하며 일찍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만 18세 이상인 나이 제한 때문에 2013년에는 8개 대회에만 초청을 받아 출전할 수 있었다. 투어 카드를 유지하지 못한 그는 2014년과 2015년 PGA 2부 투어(웹닷컴 투어)로 내려가야 했다. 실망하지 않고 기량을 갈고닦은 김시우는 지난해 7월 2부 투어 사상 두 번째 어린 나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결국 상금랭킹 25위까지 주어지는 정규 투어 출전권을 따내 2015-2016시즌 복귀에 성공했다.
2부 투어에서 '내공'을 쌓은 김시우는 확실히 달라졌다. 2013년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첫해에 한 번도 컷을 통과하지 못했던 그는 이번 시즌에는 두 차례 컷오프됐으나 컷을 통과한 대회에서는 공동 25위-공동 17위-공동 18위-단독 4위로 모두 톱25에 진입했다. 통계를 보면 특히 스크램블링(그린을 놓쳤을 때 파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 비율이 2013년 50.4%에서 69.23%로 크게 높아졌다. 그린 주변 쇼트게임과 퍼트 능력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이번 대회에서도 나흘 동안 이글 2개와 버디 17개를 잡으며 보기는 5개로 묶었다.
우승 경쟁에도 김시우는 주눅 들지 않았다. 2타 차 단독 4위로 출발한 그는 2번홀(파4)에서 10m 남짓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9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에 바짝 붙여 다시 1타를 줄였다. 10번홀(파4)에서는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던 볼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온 행운을 놓치지 않고 두 번째 샷을 홀 1m에 붙인 뒤 버디로 연결했다. 한때 5명의 공동 선두 그룹에 합류하기도 했던 김시우는 13번홀(파4)에서 볼을 두 차례 벙커에 빠뜨려 첫 보기를 범한 뒤 파 행진을 이어갔고 행운이 따랐던 18번홀에서도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공동 5위로 출발한 고메스는 8타를 줄인 뒤 브랜트 스네데커(미국)와의 두 번째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상금 104만4,000달러(약 12억6,500만원)를 챙겼다. 통산 2승째.
노승열(25·나이키골프)은 재미교포 제임스 한(35), 케빈 나(33) 등과 함께 공동 28위(11언더파)에 올랐고 최경주(46·SK텔레콤)는 공동 50위(8언더파)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