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두레반



두레반-오탁번 作

잣눈이 내린 겨울 아침, 쌀을 안치려고 부엌에 들어간 어머니는

불을 지피기 전에 꼭 부지깽이로 아궁이 이맛돌을 톡톡 때린다

그러면 다스운 아궁이 속에서 단잠을 잔 생쥐들이 쪼르르 달려나와

살강 위로 달아난다

배고픈 까치들이 감나무 가지에 앉아 까치밥을 쪼아 먹는다

이 빠진 종지들이 달그락대는 살강에서는 생쥐들이 주걱에 붙은

밥풀을 냠냠 먹는다 햇좁쌀 같은 햇살이 오종종 비치는

조붓한 우리집 아침 두레반


그 어느 사라진 동화의 나라가 아직도 남아 있답니까? 아궁이에 잠든 생쥐의 잠을 깨우고, 한 주걱밥을 먹는 곳. '잣눈' '이맛돌' '살강' 같은 단어들이 아직도 요긴하게 사용되는 곳. 콩도 세 알 심어서 한 알은 벌레가, 한 알은 새가, 한 알은 사람이 먹었다던 그 마을 언저리겠지요. 두레반!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 둥근 상을 그렇게 불렀다지요. 지구가 둥근 것도 모든 생명이 차별 없이 함께 먹고 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아궁이도 살강도 없는 곳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우리끼리 한없이 풍성한 밥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탐욕스럽기에 저 소박함마저 부러운 걸까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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