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18일 발표한 기업 구조조정 운영협약이 2007년 기업구조조정협약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7년 3월에 시행됐지만 금융기관 66%대의 저조한 참여율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구조조정 운영협약을 8년 만에 다시 끄집어냈다는 지적이다. 2007년 당시 당국의 수차례 독촉에도 2금융권의 낮은 참여율로 유명무실했음을 감안할 때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이번 협약 역시 한시적으로라도 효과를 내기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18일 금융당국이 효력을 상실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대신하기 위해 내놓은 구조조정 운영협약이 2007년 협약 내용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2005년 말 기촉법 시한이 만료된 후 재입법이 지연되자 2007년 1월 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은 당시의 것과 △구조조정 절차 시행을 위한 신용공여액 기준 △경영정상화 확정 기간 △채무유예 시점과 위반시 위약금 등 세부 사항이 대부분 유사하다.
먼저 채권행사 자동유예와 그 시점이 동일하다. 이번에 나온 운영협약은 해당 기업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등을 감안해 부실징후기업으로 결정한 후 구조조정을 위해 제1차 협의회 소집을 통보하는 시점부터 각 채권금융기관의 채권행사가 자동유예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07년 운영협약 6조 1항을 보면 '채권금융기관은 협의회소집 통보가 발송된 날부터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채권행사를 유예한다'고 못 박고 있다.
협약이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고민한 부분도 거의 같다. 앞으로는 협약에 따라 채권금융기관이 부실기업에 대해 워크아웃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게 된다. 2007년 운영협약에서도 '조정위원회는 협의회 의결 내용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채권금융기관에 대해 손해배상책임 또는 위약금 외에 10억원 이하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영정상화 계획 시점도 회계법인 실사 등을 포함해 4개월 이내에 확정해야 한다는 부분도 동일하다.
문제는 이 협약에 모든 금융사의 참여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07년 운영협약은 발표부터 시행까지 2달간 금융기관의 가입을 받았지만 당시 311개 금융사 중 208개사만 참여해 가입률은 66.9%에 그쳤다. 당시 기업구조조정협약추진위원회는 "아직 가입하지 않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협약 시행일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가입절차를 계속 진행해나갈 것"이라면서 금융기관 가입 독려의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다.
업권별로 보면 당시 18개 은행과 13개 보증기관은 당국의 종용에 각각 모두 가입했지만 제2금융권의 가입률을 60~70%대로 여전사(72%), 생보(76.2%), 손보(93.8%), 증권(71.4%), 상호저축(67.3%)을 기록했다. 특히 자산운용사는 49개 중 11개만 동의해 가입률이 22.4%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당시 부실기업 구조조정 운영협약은 2007년 8월 기촉법이 다시 제정되면서 종료됐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나서 "모든 금융회사가 빠짐없이 운영협약에 조기 가입해달라"며 가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올해는 당시보다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 그동안 구조조정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했던 은행들마저도 각 은행의 수익성 등을 이유로 채권단에서 빠지는 분위기 속에서 모든 금융권의 참여를 요구하기는 더욱 어려운 시점인 셈이다.
구조조정에 정통한 은행 관계자는 "요즘 특히 업종과 더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건설 업종은 은행 여신보다는 회사채 등 비은행 차입이 많아 제2금융기관의 참여율을 끌어들이는 것이 전보다 더욱 중요하다"면서 "금융당국에서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협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검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