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IB&Deal]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 "상장심사 규정 대폭 손질… IPO 병목현상 해소할 것"

기업·상장 주관사들 설득… 3분기 내 심사 마치게 할 계획

코스닥 보호예수 면제 확대… M&A 중개 역할 강화 추진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 안돼

거래소 지주사 전환 무산땐 자본시장 변방으로 전락할수도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기업들의 상장이 특정 시기에 쏠려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상장심사 등 관련 규정 전반을 손질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상장 일정이 연중 고르게 분산돼 제대로 평가를 받게 된다면 기업공개(IPO) 시장의 활기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최경수(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IPO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자본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며 "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상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제도나 규정이 있다면 대폭 손질을 해서라도 잠재력 있는 기업들의 상장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상장을 계획했다가 철회한 기업만 10곳에 달하면서 IPO 시장을 급격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노출된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상장 시기도 연말로 일시에 몰리며 시장이 공모주 물량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상장 진입 요건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해당 기업과 상장 주관사들을 설득해 가능하면 3·4분기 내에 상장심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기업들의 상장 시기가 연중 고르게 분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의 의무보호예수 면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행 제도상 코스닥시장에서는 최대주주 측 특수관계인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도 의무보호예수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 승인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악용해 고의로 상장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졌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은 지난해 말 특수관계인의 보호예수 면제 범위를 확대한 덕분에 호텔롯데는 경영권 분쟁에 발목 잡히지 않고 상장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최 이사장은 올해 IPO 시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IPO 시장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며 "특히 호텔롯데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초대어급 기업들도 충분히 국내 증시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아시아 우량기업을 비롯한 외국 기업의 상장 확대에 주력하는 동시에 지난해 말 출범한 창업지원센터와 연계해 창업 초기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유망 기업을 코넥스시장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최 이사장은 모험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거래소의 인수합병(M&A) 중개 역할 강화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오는 6월까지 스타트업부터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모든 기업들이 참여하는 M&A 중개망을 구축해 M&A 기업 정보의 원스톱 검색이 가능하도록 하고 외부 기관들의 공조를 통해 M&A 중개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최 이사장은 "국내 기업들의 자금 회수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선 기존 IPO 외에도 M&A가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정보가 부족해 M&A에 나서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거래소의 역할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세계 무대에서 해외 거래소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최근 최 이사장의 지시로 유가증권시장본부 내에 글로벌마케팅부서를 신설해 해외 거래소와의 금융상품 교차상장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거래소가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진정한 글로벌 거래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체제 전환과 IPO 추진 등 거래소 구조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련 법안이 해를 넘겨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대체거래소(ATS) 출현이나 장외시장 인프라가 취약한 국내 현실에서는 지주회사 산하의 시장 자회사 간 경쟁체제가 자본시장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해외 거래소들에 비해 구조개편이 10년 이상 뒤처진 상황에서 더 이상 지연될 경우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거래소는 올 하반기까지 지주사 전환 절차를 마무리하고 예탁결제원 지분 처분과 상장차익 환원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금융공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성과주의 문화에 대해서도 최 이사장은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지만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은 분명하다"며 "금융권의 전반적인 진행 추세에 맞춰 노사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융개혁 차원에서 금융공기업을 시작으로 전체 금융권으로 성과연봉제를 확산시켜나갈 방침이다.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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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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