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노래는 아무것도


노래는 아무것도-박소란 作

폐품 리어카 위 바랜 통기타 한 채 실려 간다

한 시절 누군가의 노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

아랑곳없이 바퀴는 구른다

길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라

다만 흉터였으니

어설픈 흉터를 후벼대는 무딘 칼이었으니

칼이 실려 간다 버려진 것들의 리어카 위에

나를 실어 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노래가 구원이 아니라고 외치는 걸 보니, 지난 세월 동안 노래가 구원이었군요. 노래가 영원이 아니라고 외치는 걸 보니 노래하는 동안 세상 시름을 잊었군요. 노래가 흉터를 후벼댔다고 외치는 걸 보니, 노래는 새살 돋게 하는 연고였군요. 노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외치는 걸 보니, 노래가 모든 것이었군요.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 가까운 곳에서 당신이 부를 수 있는 모든 노래를 불렀지만 그를 잡지는 못했군요. 하지만 당신은 그를 사랑한 동안 이미 모든 걸 얻었죠. 이제 엇박의 자유까지 얻었으니 그가 아닌 자신을 위한 노래를 불러 봐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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