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들은 누구의 것일까. ‘저 별의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천만의 말씀. ‘우리의 별’이다. 우주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모두 인류의 공동 자산이다. 법률에 준하는 국제조약으로 그렇게 규정되어 있다. 49년 전 오늘인 1967년 1월 27일 미국과 영국, 소련은 ‘외기권 우주조약(OSTㆍOuter Space Treaty)’을 맺어 우주의 성격을 분명하게 정했다.
‘달과 천체를 포함하는 우주공간의 탐사 및 이용에 관한 조약’이라는 긴 정식 명칭을 가진 이 조약의 골자는 세 가지. 우주는 모든 나라의 공동 소유이며 천체는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핵무기 사용과 군사기지 설치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 마디로 우주는 모두가 공유하는 평화지대라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세계의 패권을 놓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군비 확장과 우주개발 경쟁에 나서던 냉전 시절, ‘평화와 비무장’을 지향하는 우주조약이 나온 데에는 두 가지 절박한 이유가 깔려 있었다. 첫째 재정 압박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소련이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스푸트니크 쇼크’에 빠진 미국은 국방예산과는 별도로 무한정의 재원을 쏟았다.
우주조약을 맺기 직전 미 항공우주국의 연간 예산이 약 56억 달러(요즘 가치 415억 달러). 별도로 편성되는 국방예산에 버금가는(약 76% 수준) 규모여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승승장구하던 미국의 경제력으로도 지속적인 예산 집행이 힘들어졌다. 소련은 미국이 지출하는 예산의 20~30%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경제력 격차가 워낙 컸으니 어렵기는 마찬가지.
두 번째 이유는 공멸의 위기감에서 왔다. 적이 발사한 적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우주 공간에서 핵폭탄을 터트려 잡는다는 구상 아래 미국 일곱 차례, 소련이 네 차례씩 우주 핵실험을 한 결과는 바깥으로 알려진 것보다 심했다. 날라오는 적의 ICBM의 근처에서만 터져도 요격 효과를 내기 위해 요격미사일(ABM: Anti-Ballistic Missile)에 탑재되는 핵탄두의 위력을 키워 우주에서 폭발시켰더니 고농도의 전자 펄스가 형성돼 군사위성이 기능을 멈췄다. 지상에서도 정전 사태 속에 라디오와 TV 수신이 차질을 빚자 미소 양국은 조약체결을 서둘렀다.
우주조약은 제대로 지켜졌을까. 그랬었다. 달 조약을 비롯한 4개 이행조약이 생기고 가입국도 104개 국가(2015년 9월 현재)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1967년 10월에, 북한도 2009년에 가입했다. 24개국은 국내 비준절차를 밟고 있다.
문제는 조약준수가 과거형이며 한정적이라는 점. 몇몇 국가들에 의해 평화적 이용의 정신이 악용되거나 사문화하고 있다. 장거리 투사 무기 개발에 열 올리는 북한에게 우주조약은 ‘전가의 보도’ 격인 핑곗거리다. 인공위성 발사는 우주조약에 근거한 주권국가의 고유한 권리라는 것이다. 북한 주장은 진정성 여부를 떠나 군사적 위협이 분명하다. 대형 발사체는 인공위성을 탑재하면 우주 탐사용 로켓이 되고, 핵탄두나 고폭탄을 장착하면 대륙간 탄도탄이 되는 범용이기 때문이다.
대놓고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마다하는 국가도 있다. 바로 미국이다. 국제연합(UN)이 1982년부터 우주 무기경쟁 금지 조약을 상정할 때마다 미국은 유일하게 반대표를 두 번 던졌다. 표결에 기권한 적은 셀 수 없이 많다. 아버지 부시 정권 시절에는 OST를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국방계획까지 채택했다.
미국 민간인들은 한술 더 뜬다. 달에 호텔 건설을 추진하고 달 토지를 에이커당 36.5달러에 판매하는 업자가 나타났다. 미국인 수백만명이 달의 땅을 샀다는 소식도 들린다. 민간 우주선을 발사해 유골 1g당 9,995달러를 받고 달에 무덤을 조성하겠다는 장례업체도 고객을 모으고 있다. 우주조약에서 ‘국가와 기관은 우주의 소유권을 갖지 못한다’고 규정했으니 개인이나 기업은 괜찮다는 논리는 현대판, 아니 우주판 ‘봉이 김선달’ 격이다. 우주를 인류의 공동자산으로 규정한 OST에 따르면 무허가 건축과 사기행위에 해당되지만 아랑곳없다.
우주는 과연 평화적 공간이며 인류의 공동 자산일까. 언어적 표현(선언)만 그럴 뿐 실제로는 아닌 것 같다. 각국은 우주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최근 흥행작 ‘마션’에서 화성에 고립된 우주인을 구출하려는 미국에 자국의 우주선을 선뜻 내주는 중국의 모습은 상상 속의 허구에 머물지 않는다. 지난 2007년 자국 인공위성 요격 실험으로 우주조약을 위반했던 중국은 유인 우주선에 이어 세계최대의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있다. 인도와 일본도 달 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군사적 이유에서든 우주조약에 근거한 평화적 목적에서든 우주에서 미래를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2020년까지 달에 태극기를 꽂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달 탐사 예산 집행액은 단 한 푼도 없다./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