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대 그룹은 지금 'KT'] K뱅크 안착 위한 다양한 전략 마련 빅데이터 활용 중금리 대출 정조준


인터넷전문은행 시대의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 카카오뱅크와 함께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K뱅크컨소시엄은 ‘우리 동네 네오뱅크’라는 전략을 앞세우며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K뱅크컨소시엄을 이끄는 KT는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과연 KT와 K뱅크컨소시엄은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15년 11월 29일,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일요일이었지만 상당수 IT 및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금융위원회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사업자 발표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주인공이 결정됐다. 바로 KT가 이끄는 ‘K뱅크컨소시엄’과 카카오가 이끄는 ‘카카오뱅크’였다.

특히 이번 경쟁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국내 통신업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SK텔레콤과 KT의 진검승부였다. 인터파크가 주축이 된 아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SK텔레콤과 K뱅크컨소시엄의 맞대결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넘어 통신 맞수 간의 경쟁이라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를 제공했다. 결국 승자는 KT가 이끄는 K뱅크컨소시엄으로 결정됐다. KT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또 하나의 무기를 앞세워 수익원 다변화와 신성장동력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과연 KT가 가진 경쟁사와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KT는 초기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선점에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 동네 네오뱅크’ 전략의 핵심은…
“K뱅크는 ‘우리 동네 네오뱅크’를 지향합니다. 인터넷 환경은 물론 ATM·공중전화에서도 서비스를 지원해 오프라인에서도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2015년 11월 30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자 사업계획 발표회’에 참석한 김인회 K뱅크컨소시엄 단장 겸 KT 부사장은 이 한마디로 K뱅크를 정의했다. 이는 고객이 사는 동네 어디에서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우리 동네 네오뱅크’에 담긴 KT의 전략을 살펴보자. K뱅크는 곧 ATM과 스마트폰이다. 기존의 ATM이 제공하는 입출금, 이체 기능뿐 아니라 계좌개설, 비대면 인증, 소액대출까지 ATM에서 가능해진다. 우선적으로 K뱅크컨소시엄에 참여한 우리은행,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 비치된 ATM에 이 같은 기능이 적용된다. K뱅크 관계자는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되면 전국 GS25 편의점, 우리은행 ATM과 KT의 공중전화를 합해 최소 2만 개 이상의 스마트 ATM 설치 및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징이자 단점인 오프라인 점포의 부재도 컨소시엄 참여업체와 연합해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K뱅크는 모바일, IPTV와 같은 온라인 접점뿐 아니라 편의점, 통신 대리점, 은행지점 등 약 1만 4,000여 개의 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오프라인 채널들을 활용해 K뱅크를 알리는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반 고객과 소외계층을 아우르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프라인 점포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K뱅크의 이 같은 전략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당시 선정 과정에 관여한 관계자 A 씨는 “사업자 선정 과정 당시 KT는 편의성 부문에서 경쟁 컨소시엄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이는 오프라인 점포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K뱅크만의 전략이 심사위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다양한 외부 플랫폼과 은행 서비스를 연결하는 ‘오픈 API(직접 응용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개된 플랫폼)뱅킹’ 역시 K뱅크의 강점 중 하나다. 예를 들어 K뱅크 애플리케이션 이용 중에 타사 증권 서비스로 접속해 주식을 매매하거나, 부동산 사이트에서 전·월세 상품을 검색하던 사용자가 대출이 필요할 경우 K뱅크에서 곧바로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인회 단장은 오픈 API 뱅킹서비스에 대해 “연간 4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 할 수 있는 혁신적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큰 매력인 ‘중금리 대출’ 분야에서도 KT가 가진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제2금융권과 대부 업체가 중심이 된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 시장은 약 42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고금리 대출 이용자 대다수는 저신용자다. 낮은 신용등급 탓에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워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K뱅크는 기존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신용등급 대신 컨소시엄 주주사들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신용평점을 산출, 10%대의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KT는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경로 추적,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 결정 등 굵직굵직한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빅데이터 분석능력을 인정받았다. KT 측은 “주주사들이 보유한 정보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교하고 세분화된 신용평가로 금리 사각지대에 놓은 서민들의 경제활동을 돕는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KT가 중금리 대출과 빅데이터 분석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비단 KT가 보유한 본질적인 경쟁력 때문만은 아니다. K뱅크컨소시엄에 참여한 든든한 지원 업체들의 저력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현재 K뱅크컨소시엄에는 KT를 포함해 우리은행, GS리테일, 한화생명보험과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다날, 이지웰페어, 얍(YAP), 8퍼센트 등 알짜배기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KT는 K뱅크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이른 시일 내에 글로벌시장 진출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중국,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시장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세운 상태다. 중국의 경우 중국 내 인터넷전문은행 ‘마이뱅크’와 전자결제가 가능한 ‘알리페이’를 연계하는 진출 방안을 마련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컨소시엄 주주사인 우리은행의 현지법인, 현지 은행, 통신사들과 제휴해 B2B 솔루션을 판매하는 전략도 구상 중이다. 이밖에 비대면 인증방식, 모바일 인증, 결제 대행(PG · Payment Gateway) 솔루션의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K뱅크 관계자는 “전략적 접근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은행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뱅킹 서비스로 현지 은행과 적극적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KT는 다양한 전략을 앞세워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선점에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또 다른 경쟁사인 카카오 중심의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모바일 플랫폼을 앞세워 KT와의 경쟁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렇다면 KT와 카카오는 왜 인터넷전문은행에 이토록 집중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갖는 의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핀테크 2.0시대, 황금알을 낳을까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은 국내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출범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과 IT가 결합한 핀테크(Fintech)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모바일 네트워크 안에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은행을 의미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과 달리 오프라인 점포가 없다. 모든 업무는 오로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서만 진행된다. 자연스레 기존 은행보다 점포 운영비용, 인건비 등을 줄일 수 있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하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객 역시 좀 더 편리하게 금융업무를 볼 수 있다. 사실초기 핀테크 시장을 일컫는 ‘핀테크 1.0’ 시대에서는 단순 계좌이체, 입출금에 한정된 서비스만을 제공했다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대표되는 ‘핀테크 2.0’ 시대에는 계좌개설, 입출금은 물론 대출, 각종 금융상품 가입 및 관리까지 가능하다. 사실상 기존 오프라인 은행 영업점에서만 받을 수 있었던 모든 서비스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서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일찌감치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고 운영 중이다. 이들 모두 저렴한 수수료와 높은 이율, 편의성을 앞세워 금융시장에 자리매김했다. 중국 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WeBank)의 경우, 고객의 재무상태와 같은 금융정보뿐 아니라 텐센트가 보유한 게임 내 활동 내역, 사용 시간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신용도를 평가한다. 자연스레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이 힘든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위뱅크는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2009년 설립된 독일의 인터넷전문은행 ‘피도르(Fidor)’는 설립 7년 만에 이용자 수 25만 명, 총 예금액 2억5,000만 유로(한화 약 3,2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피도르 역시 오프라인 점포 없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미국보다 성장세가 빠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초기 미국시장보다 인터넷 등 각종 사업 환경이 더 좋기 때문이죠. 특히 100% 무점포로 운영되는 미국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국내 컨소시엄들은 광범위한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확보해 편리성을 높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은경완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도입해 니치마켓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라며 “간편결제·송금, IT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 등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로 기존 은행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보안 문제 해결이 선결 과제
이처럼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한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이지만 장애물 역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정부 규제에 가로막혀 자칫 비금융권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을 돕겠다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정착을 위한 전제 조건은 ‘은산분리(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법적 규제) 완화’다. 이를 통해 현행 4% 수준인 비금융사의 지분 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50%로 높여 ‘K뱅크’의 KT, ‘카카오뱅크’의 카카오에게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할 힘을 실어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금융권 지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은산분리 완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만약 이대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KT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바로 보안 문제다. 비대면 인증 방식을 사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상, 인증 과정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하면 자칫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K뱅크의 출범은 오는 2016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초기 시장 선점에 성공해 오는 2019년에는 흑자 달성에 성공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도 설정했다. 과연 KT가 중심이 된 K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2016년 금융권을 뒤흔들 KT의 새로운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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