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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 인수를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룹 전체의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간 지분을 정리한다는 차원과 함께 삼성생명을 금융지주로 전환시키는 데 주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카드 지분 인수로 수개월째 계속된 삼성카드 매각설을 진정시킬 수 있는 점 역시 부수적인 이득으로 꼽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사업 3대 축으로 전자·바이오·금융으로 보고 계열사 간 지분 관계 등을 효율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그룹 전체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이라는 게 금융계의 판단이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바이오 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계열사 간 통폐합·매각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단순화해왔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순환출자 방식은 삼성물산 아래 삼성전자·삼성생명을 두는 모양새로 크게 정리됐다.
증권업계의 한 연구원은 "삼성에서는 이번 지분거래에 대해 금융사 간 시너지 제고라고 말하고 있지만 '금융'이 아니라 '그룹'이라는 틀에서 봐야 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추진 중인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을 염두에 두고 움직인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행 공정거래법하에서는 지주사가 금융자회사를 둘 수 없지만 법이 바뀌어 중간금융지주회사라는 개념이 도입되면 이 부회장이 1대 주주인 삼성물산을 최상부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확립될 수 있게 된다.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보유하고 있는 1대 주주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계열사들의 지분은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은 장기간에 걸쳐 자사주 매입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삼성카드에 대해서는 지난 2013년부터 삼성전기와 삼성물산·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차례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대해왔다.
삼성카드의 경우 이번 매입 전에도 '30% 지분' 요건은 갖추고 있었으나 삼성전자에 이어 2대 주주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에 삼성전자 보유 지분 37.45%를 모두 인수하는 딜로 1대 주주 요건까지 확보하게 된 셈이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이미 삼성생명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앞으로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도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 개정으로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는 향후 삼성생명의 회사 구조를 바꾸는 등의 방법을 강구할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한편 그간 끊임없는 매각설에 시달려온 삼성카드 입장에서는 삼성생명의 지분 매입으로 시장 불안을 잠재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속되는 매각설로 주가까지 약세를 보여왔는데 삼성생명이 대주주가 된 후에도 매각을 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금융지주사 전환을 가정할 경우 매각 우려는 완전히 소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상당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삼성카드로부터 고배당이나 유상감자 등 대규모 자본환원 정책이 실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