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치열해진 경쟁과 함께 성장 곡선이 꺾이면서 실적 부진이 본격화 되고 있다. 한때 블루오션으로 촉망받던 시장이 이젠 레드오션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아웃도어 의류(이하 아웃도어)는 한때 콧대가 매우 높은 시장이었다. 자칭타칭 국민 아이템으로 군림하며, 특정 브랜드의 다운재킷이 ‘등골 브레이커(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제품)’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드높았다. 패션업계에선 아웃도어가 황금알을 낳는 노다지 산업으로 통할 정도였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5년 1조 원대 였던 아웃도어 시장규모는 2010년 3조2,500억 원까지 3배 이상 성장했다. 이때부터 아웃도어와는 무관했던 패션업체들도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등산복과 평상복의 경계를 허문 ‘아웃도어 룩’을 선보이며 시장 파이를 키웠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웃도어를 찾기 시작하자, 아웃도어 시장에 진입한 브랜드가 순식간에 1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업체의 난립 현상이 나타나기까지 했다.
그 결과 2013년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6조5,500억 원까지 성장했다. 필연적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아웃도어 시장은 그때까지 해마다 25%에서 34%까지 매출 신장을 이어왔다. 그러던 성장률이 2014년에는 9.4%로 꺾였다. 영원아웃도어, FnC코오롱, 블랙야크, 네파, K2코리아 등 아웃도어업계 ‘빅5’ 모두 매출이 제자리 걸음인 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빅5의 2014년 매출은 3조2,342억 원으로 전년보다 1.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844억 원에 그치며 20.5%나 줄어들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데다 내수 경기 불황이 이어진 탓이었다.
임영주 흥국증권 연구원은 “2015년의 경우 결산을 해 봐야 알겠지만 한자릿수 성장은커녕 제자리걸음도 힘겨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6년 봄·여름 시즌에는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사상 최초로 물량 10~20% 감축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말했다.
매출 성장률이 대폭 낮아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상이 나오자 아웃도어 시장에서 발을 빼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3년부터 수입·판매하고 있는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한 해 200억 원 수준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살로몬 사업으로 연간 100억 원 적자를 냈다. 휠라코리아 역시 연 매출 239억 원 규모의 휠라아웃도어 사업부문을 철수하기로 했다. 추가 손실을 방지하고 기존 스포츠, 골프웨어 사업 등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었다. 금강제화도 노르웨이 아웃도어 브랜드 헨리헨슨의 철수를 결정하고 브랜드 계약을 종료했다. 헨리헨슨의 연간 매출은 약 100억 원 규모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어 주요 업체의 향후 실적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인경 삼성패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미 정점을 찍은 브랜드들로부터 더 이상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글램핑(화려하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비용이 많이 드는 귀족적 야영을 뜻한다)이나 도심형 아웃도어가 일상화된 현상황에서,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아동용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하거나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글로벌경기가 침체된 현 시점에선 그 같은 전략이 힘겨워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업계 내에서도 약한 브랜드들은 정리되고 나가는 것이 맞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장 뜨겁게 타오르던 아웃도어 시장. 너도나도 뛰어들던 이 ‘황금알’ 시장의 성장 엔진이 꺼지면서 브랜드마다 한계치를 찍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이제 새 먹거리를 찾아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