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제2 에볼라 되나" 지카바이러스 공포 확산

백신 개발까지 최소 10년 걸려 신속 대처 없으면 통제불능 우려

미주서만 400만명 감염 가능성… WHO 2월 1일 긴급위원회 소집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논의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속한 대응 실패로 수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지카 바이러스가 통제불능 상황을 낳을 것이라는 불안한 관측도 나왔다.

28일(현지시간) 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다음달 1일 긴급위원회를 소집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전 세계 23개 국가에서 지카 바이러스 발생 사례가 보고되면서 매우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긴급회의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WHO 미주지역 본부는 과거 뎅기열이 확산된 사례를 고려할 때 미주대륙에서만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내년까지 400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발병한 후 현재까지 23개 국가에서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같은 아메리카 대륙인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전문가들은 지카 바이러스가 과거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WHO의 대응 실패로 무차별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니얼 루시와 로런스 고스틴 박사는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기고문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 WHO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지카 바이러스의 전파를 우려하는 것은 이 질병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JAMA에 기고문을 쓴 루시 박사는 "지카 바이러스의 백신을 만들어 초기 실험을 하는 데 2년이 걸리고 대중적으로 보급되는 데는 최소 10년이 더 필요하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발병 이후 의학적으로 해결방법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당시 사태의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 정부가 공조를 주저해 피해가 더 커졌다며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들이 지금보다 더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국가적 위협으로만 보고 대응하다 보니 질병의 해결을 위한 세계적 협력 체제가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퍼지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올해 여름 리우올림픽이 열리면서 전 세계 외국인들이 대거 방문해 지카 바이러스가 에볼라나 메르스보다 심각하게 대유행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이집트 숲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22만명의 병력을 투입해 퇴치에 집중하고 있지만 올림픽 방문객들의 감염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파울루연방대의 세우소 그라나투 교수는 "방역 작업은 많은 재원을 들여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인력과 재원이 부족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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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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