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위크엔드] 금융권에 부는 '생체인증'바람 ATM에 눈을 맞춰라

통장·카드 이젠 그만… 생체인증 통해 현금인출 등 금융거래

신한은행 모바일 전문은행 '써니뱅크
신한은행 모바일 전문은행 '써니뱅크

"고객 편의성 높이고 개인정보 보안 강화"

신한銀 '손바닥 정맥' 인증 방식 첫 적용

우리·기업銀은 '홍채' 확인으로 입출금

BC카드선 '목소리 결제' 서비스 선보여

뇌파·얼굴·걷는 방식 등 활용도 머잖아


미국 뉴욕의 JFK국제공항. 여행객이 입국 심사대 앞에 서자 이민국 직원이 여권을 건네받은 후 지문 채취와 함께 안경을 벗고 카메라를 주시하라고 안내한다. 카메라는 여행객의 눈을 촬영한다. 홍채 패턴을 읽어 들여 신분확인 정보로 수집해놓기 위해서다.

이처럼 생체정보를 개인식별 수단으로 먼저 주목한 곳은 물리적 위험의 사전 차단이 필요한 '보안' 분야였다. 미국이 9·11 사태 이후 공항이나 대형 공공시설 등 출입관리가 각별히 필요한 곳에서 보안 강화 차원애서 생체인증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한 데 이어 두바이·브라질 등의 국가에서도 테러나 대형 사고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생체인증을 보안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그간 우리나라는 오히려 테러 등의 발생 가능성이 이들 국가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생체인증 기술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이라는 영역이 관련 기술에 주목하면서 생체인증이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금전적 피해가 잇따르면서 기존 주민등록번호나 비밀번호 등만으로 개인 신분을 확신하기가 어려워지자 금융기관들이 금융거래 보안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또 비대면 거래 등 금융 생활의 편리성 제고 측면에서도 신기술을 활용하려는 금융기관들의 의지가 강해지면서 생체인증 기술 도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홍채·정맥·목소리 등을 개인 식별 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더 다양한 생체정보를 더 간단한 방법으로 금융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개개인 고유의 향기에서 뇌파, 걷는 방식, 손가락 형태, 얼굴 구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체적 특징이 인증 수단으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 제일 먼저 생체인증을 일반인 금융거래에 적용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손바닥 정맥을 생체인증 수단으로 선택했다. 사람마다 핏줄의 굵기와 위치·모양 등이 모두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많은 핏줄 중에서도 손바닥 정맥을 인증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인간의 신체 중에서 손바닥의 부상빈도가 가장 낮고 양손을 모두 등록해놓으면 한쪽 손을 다치더라도 다른 한쪽을 사용할 수 있어서다. 또 손바닥은 인체 중에서 멜라닌 색소의 영향이 가장 낮은 부위로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든 인종이 사용 가능하다. 이밖에 체모가 없는 부위여서 바이오 정보 수집 및 인식 등이 진행될 때 정보 오류가 날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손바닥 정맥은 다른 정맥에 비해 굵고 선명하면서 복잡하게 교차하기 때문에 개인 식별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맥 정보를 등록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은행 점포에 설치된 디지털키오스크에 손바닥을 대면 정맥인식기가 손바닥 정맥을 스캔한다. 손바닥을 인식기에 붙인 후 움직이지 않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비접촉 센서가 알아서 정보를 읽어 들인다. 정맥인식기는 스캔한 정맥 이미지를 패턴화하고 다시 패턴 안에서 개인이 가진 고유의 특징점을 찾아내 템플릿(숫자 조합)을 만들어낸다. 이 템플릿이 생체인증 서버에 저장돼 신분증을 대신하게 되는 것. 개인 신체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거의 없다. 생체인증 서버에 템플릿이 저장되자마자 스캔한 손바닥 원본과 패턴 이미지 등이 모두 폐기되기 때문이다. 한번 정맥 정보를 등록해놓은 후에는 손바닥만으로 입출금·계좌이체 등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홍채인증'을 차세대 신분 확인 수단으로 골랐다. 홍채 역시 지문처럼 쌍둥이를 포함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어 개인 식별 정보로 활용할 수 있는데다 지문보다도 훼손될 가능성이 낮아 개인을 식별하는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홍채인식기술 전문업체인 아이리스아이디에 따르면 홍채는 동공 외곽의 눈꽃송이 모양의 둥근 테로 눈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무작위로 생성되는 독특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또 홍채 패턴은 생후 10개월이 지나면 형성돼 평생 바뀌지 않는다. 정보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기계 장치 등과 접촉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위생적이고 거부감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공항 등지에서 홍채인증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ATM 등에서도 본인 인증을 할 때 기계와 접촉이 불필요하다. 지점에서 홍채 정보 등록 절차를 마치기만 하면 이후에는 ATM 위에 설치된 거울형 카메라를 잠깐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개인 인증이 가능하고 카드나 통장 없이도 입출금, 송금, 거래내역 조회 등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BC카드는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보이스인증을 시작했다. 이른바 '목소리 결제'다. BC카드의 결제앱인 mISP 앱에 본인 목소리를 등록해놓은 후 모바일 결제를 할 때 스마트폰에 대고 처음에 저장한 멘트를 똑같이 말하면 본인으로 인증되는 원리다. 다시 말해 '내 목소리로 결제'라고 목소리를 등록하면 차후 결제를 할 때 '내 목소리로 결제'라고 스마트폰에 대고 말하면 되는 식이다. 등록한 목소리 정보는 암호화돼 스마트폰 내 보안 장소에 보관된다. 이뿐만 아니라 실제 결제가 이뤄질 때는 스마트폰에서 인증이 된 후 BC카드의 FIDO(Fast IDentity Online) 서버에서 또 한 번 인증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중 인증이 된다. FIDO란 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팔·ETRI·삼성전자·비자·마스터카드 등이 참여하는 FIDO 얼라이언스에서 정의한 생체정보 기반 구제표준 인증규격으로 온라인에서 더 편리하고 안전한 사용자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BC카드 관계자는 "기존 비밀번호 대신 목소리로 결제하게 되는 만큼 보안성과 편리함이 동시에 높아지는 셈"이라며 "생체인증 기술을 카드 결제에 적용하면 부정 사용 등을 원천 차단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만큼 앞으로 목소리뿐 아니라 홍채·안면 인증 기술도 카드 결제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정영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