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제작·발사 모두 우리 기술로" 영그는 '독자적 우주진입' 꿈

나로우주센터 '한국형발사체' 개발현장 가보니

내년 발사체 엔진개발 완료

2020년 위성 실어 '우주로'

지난해 12월 9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7톤 엔진의 연소시험 장면. 하얀 연기는 연소 시 발생한 수증기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인체나 환경에 무해하다고 설명한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0톤 발사체 지상 800㎞까지 올려라" 극한상태 견뎌낼 75톤 엔진개발 '구슬땀'

7톤 엔진 연소시간 늘리기 주력

발사 좌우 연소 후처리 성공위해 7톤·75톤 엔진시험 160·220회

"연소 불안정성도 거의 잡아가는 중"


"내년에 발사체 엔진 개발을 마무리할 겁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0년 순수 우리 기술만으로 인공위성과 발사체를 모두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지난 1월28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한국형발사체(KSLV-2) 액체엔진 시험설비 현장.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 본부장은 한국형발사체 개발계획과 관련해 "우선 75톤 엔진을 상반기 내 완성해 연소 시험까지 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 본부장의 설명대로 기자가 찾은 이날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는 비에 바닷바람까지 몰아치는 궂은 날씨임에도 연료 공급과 지상·고공·전체 단계별 엔진 연소, 그리고 검증작업이 이뤄지는 등 총 9개 시험설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2013년 1월30일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발사가 성공한 바로 그 자리에서 이제는 기획부터 설계·제작·발사까지 모두 우리 기술로 이뤄지는 '독자적 우주 진입'의 꿈이 여물고 있는 것이다. 고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한국형발사체 개발은 3단형 엔진 개발과 연소 시험 단계다.

무게 200톤, 총 길이 47.2m인 발사체를 지구 저궤도(지상 600~800㎞)까지 쏘아 올리는 3단형 엔진은 맨 아래에 추력 75톤 엔진 4기가 묶여 있는 1단, 75톤 엔진 1기의 2단, 그 위에 7톤 엔진 1기를 올린 3단으로 구성된다. 1단의 75톤 엔진 4기는 한 묶음으로 가동돼 200톤에 달하는 발사체를 지상에서 올리는 역할을 한다. 자칫 4기 중 한 기라도 출력에 문제가 생기면 발사체의 정상적 궤도 진입이 어렵다. 이어 중간의 2단 로켓은 75톤 엔진 1기가 가동되고 위성을 싣는 3단 로켓은 7톤 엔진이 사용되며 지상 170㎞ 이상에서 작동한다.

이 중 3단계 7톤 엔진의 제작이 마무리 단계인 셈이다. 고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7톤 엔진의 내구성이 확보됐음을 의미하는 100초 연소까지 성공했다"며 "7톤 엔진은 최종적으로 500초까지 연소돼야 하는데 5분의1 수준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7톤 엔진 개발을 완료하고 연소 시간을 늘려가고 있으며 그보다 높은 출력의 75톤 엔진 개발이 한창이라는 얘기다. 이들 엔진은 높은 추력과 극한 상태에서도 견디는 점이 특징이다. 75톤 엔진은 1.1톤짜리 경차 70대를 초속 8㎞ 속도로 들어 올릴 정도이며 1초에 1,020㎏의 산화제·연료를 소비한다. 7톤 엔진은 고고도 작동을 위해 진공상태에서도 점화가 가능하다.

발사체 기술의 또 하나의 핵심은 엔진 연소 시 후처리다. 발사 시 엔진의 연소기가 3,000~3,500도의 화염을 뿜어내는데 발사체 아래 10m 깊이의 구덩이 즉 '덕트(duct·배관)'가 이런 고온의 화염과 가스로부터 견딜 수 있게 해야 한다. 점화로 화염이 몰아치면 덕트에서 초당 1.2톤의 물이 쏟아져 열을 식히는데 흔히 발사 광경에서 보이는 하얀 연기가 바로 열을 식히면서 발생하는 수증기다. 한영민 항우연 엔진시험평가팀장은 "덕트에는 화염을 유도하는 배관과 수증기를 내보내는 배관이 따로 설치돼 있으며 고온을 낮추고 굉음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며 "이런 방식의 엔진 시험을 7톤급과 75톤급으로 나눠 앞으로 각각 총 160·220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75톤 엔진의 2단과 7톤의 3단을 내년 12월 성공적으로 발사하게 되면 2019년 12월 1·2·3단의 한국형발사체를 위성을 탑재하지 않은 상태로 쏠 예정이다. 조광래 항우연 원장은 "최초로 개발한 발사체가 발사에 성공할 확률은 33~34% 정도"라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성공률이 높아졌지만 공학적 관점에서는 불안정한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원장은 "개발진을 힘들게 한 것이 불안정 연소인데 75톤 엔진의 연소 불안정성이 거의 잡혀가고 있다"며 "우리는 기술적으로 제대로 길을 가고 있으며 다소 도전적이지만 내년 12월 2·3단 시험 발사를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즉 조 원장의 설명대로 2·3단 발사체 시험발사에 이어 2020년 6월 위성까지 실은 한국형발사체가 우주에 첫발을 내딛게 되면 선진국 중심의 우주영토 개척 경쟁에 우리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모두 갖추게 된다.

/고흥 나로우주센터=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관련기사



조양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